제6회 ‘퇴계선생 마지막 귀향길 재현행사’ 개막식이 경복궁 만춘전에서 진행되고 있다. 사진제공 ㅣ 경북도

제6회 ‘퇴계선생 마지막 귀향길 재현행사’ 개막식이 경복궁 만춘전에서 진행되고 있다. 사진제공 ㅣ 경북도




경복궁서 도산서원까지 270km… 250명 참가
퇴계 정신 따라 ‘동양의 산티아고’ 꿈꾼다
경상북도가 안동시, 도산서원과 함께 퇴계 이황 선생의 삶과 철학을 되새기는 뜻깊은 발걸음을 다시 시작했다.

경북도는 3월 30일 서울 경복궁 만춘전 앞에서 제6회 ‘퇴계선생 마지막 귀향길 재현행사’ 개막식을 열고, 참가자 250여 명과 함께 14일간 270km, 약 700리에 이르는 대장정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이번 재현행사는 1569년(선조 2년) 음력 3월, 퇴계선생이 선조 임금과 조정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벼슬을 내려놓고 고향 안동으로 돌아간 마지막 귀향길을 따라 걷는 인문·문화 프로그램이다. 이듬해 퇴계선생이 타계하면서 이 길은 생애 마지막 귀향길로 역사에 남았고, 오늘날에는 그의 삶과 학문, 애민정신, 지역에 대한 헌신을 되새기는 상징적 여정으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올해 행사는 참가 규모가 크게 확대되며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보다 약 3배 늘어난 성인과 학생 등 250여 명이 재현단으로 참여해 행사에 대한 높은 관심을 입증했다. 경북도는 올해 주제를 ‘퇴계의 길, 미래를 열다’로 정하고, 퇴계 정신을 오늘의 시대정신으로 되살려 과거의 지혜를 통해 미래를 여는 온고지신의 의미를 부각했다.

이날 개막식에는 황명석 경상북도지사 권한대행, 권기창 안동시장, 김형동 국회의원, 김광림 새마을운동중앙회 회장, 김병일 도산서원 원장, 이치억 퇴계 종손, 언론 관계자와 재현단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행사는 안동MBC 어린이합창단의 ‘도산십이곡’ 합창으로 문을 열었고, 이어 ‘물러남의 길을 열다’를 주제로 한 연극 공연이 펼쳐졌다. 참석자들은 권력을 좇기보다 자신을 낮추고 나라와 백성, 그리고 후학을 위해 헌신한 퇴계선생의 정신을 되새기며 힘찬 첫걸음을 내디뎠다.

재현단의 여정은 서울 경복궁을 출발해 경기도 남양주·양평·여주, 강원도 원주, 충북 충주·제천·단양을 지나 죽령을 넘고, 경북 영주를 거쳐 오는 4월 12일 안동 도산서원에 도착하는 일정으로 진행된다. 단순히 길을 걷는 데 그치지 않고, 퇴계선생이 남긴 인문 정신을 지역의 역사·문화 자원과 연결해 직접 체험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참가자들은 14일 동안 서울 봉은사, 남양주 다산 유적지, 여주 기천서원, 안동 노송정 등 주요 인문·문화 유산을 둘러보며 선현들의 정신세계를 체험하게 된다. 또 봉은사, 충주 관아공원, 제천 한벽루, 영주 이산서원 등에서는 강연과 연극 프로그램이 이어져 퇴계선생의 학문과 철학, 고매한 인품을 보다 깊이 이해하는 시간이 마련된다.

여정 중에는 역사적 상징성을 더하는 구간도 포함됐다. 12일차인 4월 10일 재현단은 영주 풍기관아를 거쳐 이산서원을 지날 예정이다. 이 구간 인근에는 최근 큰 화제를 모은 영화 <왕사남>의 주요 배경지로 알려진 금성대군 신단과 피끝마을이 자리하고 있어, 참가자들은 퇴계의 정신뿐 아니라 역사 속 비극과 충절의 가치까지 함께 되새기는 특별한 기회를 갖게 될 전망이다.

이번 행사는 퇴계선생을 단순히 조선시대의 대표 성리학자로 기리는 데 머물지 않고, 지역발전의 선순환 구조를 설계한 혁신가로 재조명하는 데도 의미를 두고 있다.

경북도에 따르면 퇴계선생은 당대 최고의 성리학자이면서도 농업과 향촌사회의 현실 문제에 깊은 관심을 기울인 실천적 지식인이었다. 송나라의 선진 농업기술인 강남농법을 직접 실험하고 보급했으며, 복도소 등 저수지 축조와 천방 기술 확산을 통해 농업 생산성 향상에 기여했다. 이는 향촌 사회의 경제적 기반을 튼튼히 하는 한편, 교육과 자치의 중심축이 된 서원 운동이 확산되는 밑거름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퇴계선생의 이상은 교육을 통해 공동체를 바꾸는 데 있었다. “착한 사람이 많아지는 세상을 만들려면 사람다운 사람을 키워내야 한다”는 뜻의 ‘소원선인다(所願善人多)’라는 신념 아래, 그는 자연 속에서 자신의 철학을 가다듬고 후학 양성에 힘쓰며 초기 서원 체제를 정립했다. 이러한 서원 운동은 지방의 교육혁신과 인재 양성은 물론, 인구 증가와 경제력 향상, 지역 문화의 자생력 확대까지 이끄는 토대가 됐다는 점에서 오늘날 지방시대의 가치와도 맞닿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경북도는 이 같은 역사성과 철학적 의미를 바탕으로 퇴계의 귀향길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인문학 문화콘텐츠로 키워나갈 방침이다. 특히 단순한 도보 행사 차원을 넘어, 퇴계선생이 걸었던 길 전체를 ‘동양의 산티아고’로 브랜드화해 국내외 관광객과 청년 세대가 함께 찾는 인문 순례길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이다.

황명석 경상북도지사 권한대행은 “이번 행사는 권력을 내려놓고 지역과 후학을 위해 헌신한 퇴계선생의 가르침을 되새기는 뜻깊은 자리”라며 “참가자들이 선생의 정신을 배우고 우리 국토와 지역문화의 가치를 재발견함으로써 지방시대를 여는 소중한 경험을 얻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제6회 퇴계선생 마지막 귀향길 재현행사는 오는 4월 12일 안동 도산서원 도착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릴 예정이다. 

포항 ㅣ나영조 스포츠동아 기자 localdk@donga.com


나영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