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손석한 원장 “고대 성추행 가해자들, 의사되면 안돼”

입력 2011-09-02 12: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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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간 얼굴을 맞댄 의과대학 동료에게도 그랬는데, 환자에겐 오죽하겠습니까?”

‘고대 의대 성추행 사건’의 가해자 중 한 명이 피해 여학생의 평소 행실과 관련해 악의적인 학내 설문조사를 진행한 것이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해당 학교나 병원 브랜드에도 타격이 클 것이라는 목소리도 높다.

의학박사이자 주간동아 칼럼니스트인 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 원장은 2일 동아닷컴과의 전화인터뷰에서 학교 측의 추가 조치가 없는 점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손 원장은 “명문대생들이고 예비 의사들인데 인식이 그것밖에 안 되나”며 “의대생이라는 기준에서 더 강한 윤리의식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사는 합법적으로 환자의 알몸을 보고 만질 수 있는 직업인 만큼 더 높은 윤리의식이 필요하다는 것.

손 원장은 “현재 피해 여학생이 겪고 있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폭력 자체 때문이라고 하더라도, 우울증은 주변에서 촉발시키는 ‘재경험’으로 인한 2차 피해의 영향이 크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는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책임을 돌리려 다른 학생들에게 호소하는 것 자체가 수준 떨어지는 행위”라고 맹비난했다.

손 원장은 “신입생도 아니고 본과 4학년인 학생이 동료 여학생을 성추행한 것은 철없다고 보기도 어렵고 윤리적으로나 프로 의식으로나 철저하게 훈련받아왔어야 하는데 의사의 기본 소양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해당 학교나 병원 브랜드에도 엄청난 타격인데 너무 안이하게 대처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KSVRC)의 최지나 활동가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가해자들의 지능적 대처가 눈에 띈다”라며 “교내 설문조사는 본인들을 위한 증거이자 피해여학생에 대한 직접적인 2차 피해”라고 말했다.

조직구성원들을 자신들의 편으로 끌어들여 피해자를 소위 ‘왕따’로 만드는 행위라는 것.

최 활동가는 “재판에서는 피해자의 평소 행실을 성폭력의 원인으로 꼽고 이를 가해자의 무죄 근거로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 사태는 외부에 알려지면서 유언비어로 생매장당하는 상황은 일단 벗어난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최 활동가는 “실제로 피해자가 성폭력 후에도 학교를 계속 다녔다는 이유만으로 성폭력 피해로 판결되지 않은 적이 있다”며 “이번 피해자의 언론 인터뷰도 재판에서 그런 식으로 악용될지도 모른다”라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피해여학생의 인터뷰가 나간 뒤 누리꾼들은 “고대 병원 안 가겠다”, “가해자-학교-교수-교우의 四위일체”라며 해당 학교를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29일 국회 여성가족위원장인 민주당 최영희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추행 피해자가 악의적인 설문조사 등으로 명예훼손 등 2차 피해를 당하고 있다"며 해당 내용을 밝혔다.

6월에 진행된 설문조사 질문지에는 △피해자가 평소 이기적이었는지, 평소 사생활이 문란했는지 △피해자가 사이코 패스 성향이 있었는지 △위 사실에 모두 동의하면 법정에 증인으로 나갈 용의가 있는가도 담겨 있었다. 설문조사 후에는 해당 내용을 증명하려는 듯 동기들의 학생증을 복사까지 해 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사실을 뒤늦게 안 피해 여학생 A씨는 2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우울증과 외상 후 스트레스성 장애(PTSD) 진단을 받았다”며 “가해자들이 돌아오면 학교에 다닐 자신이 없다”고 말했다.

또한 A씨는 “지난 19일에 교수님이 강의실에서 학생들에게 '가해 학생들이 다시 돌아올 친구니까 잘해 줘라'라고 했다더라"며 "현재 학교 안팎에서는 '출교'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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