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서울 서초구 더 리버사이드호텔서 열린 ‘명인학원 창립 20주년’ 기념식에서 이채연 회장(앞줄 왼쪽에서 4번째)가 근속상 수상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입시전문 ‘명인에듀’ 창립 20주년
대치동서 4명으로 출발…교육 외길
온·오프 접목한 학습시스템 큰 호평
20년 만에 매출 570억 기업 급성장
장학금 기부 등 사회공헌에도 앞장
이채연 회장 “제2 도약 위해 전진하자”
입시전문 교육기관인 명인에듀(회장 이채연)는 25일 서울 서초구 잠원동 더 리버사이드호텔에서 정선욱 이투수에듀 대표이사 등 내외빈과 임직원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창립 20주년 기념식을 갖고 제2의 도약을 위한 결의를 다짐했다.대치동서 4명으로 출발…교육 외길
온·오프 접목한 학습시스템 큰 호평
20년 만에 매출 570억 기업 급성장
장학금 기부 등 사회공헌에도 앞장
이채연 회장 “제2 도약 위해 전진하자”
이날 기념식은 김성일 고려대 사범대학장과 김중신 수원대 교양대학장의 초청 강연, 회사 소개, 근속사원 시상, 레크리에이션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이 회장은 인사말에서 “처음 창업할 때는 ‘나 혼자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직원, 주변의 응원과 함께 가야 한다는 걸 깨달았고 저를 비판하는 사람과 경쟁자들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오늘 창립 20주년의 주인공은 바로 가족 같은 직원 여러분이며 우리 명인은 없어질 기업이 아닌 만큼 30년을 향해 계속 전진하겠다”고 말했다.
학부모 교육열이 높고 우수한 강사진과 커리큘럼을 갖춘 학원들이 밀집해 ‘교육의 메카’로 불리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은 웬만큼 잘해서는 3년 버티기 힘들다고 할 정도로 수많은 학원들이 명멸(明滅)하는 곳이어서 대표적인 교육기업으로 손꼽히는 명인에듀의 성공 배경에 교육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교육에서 교육 사업가로 변신
부산 경남여고, 연세대 간호학과를 졸업하고 고교 교사와 대학 교수로 18년 6개월 동안 공교육에 종사하던 이채연 회장은 2003년 4월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직원 2명, 강사 2명으로 ‘명인학원’이란 간판으로 처음 문을 열었다. 학생은 30여 명이었다.
명인학원은 우수한 교육기법의 강사진과 철저한 학생관리로 학습능력을 높이는 수월성(秀越性)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까다롭기로 유명한 대치동 엄마들의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중고교 중간·기말고사가 강사 교체 주기라고 할 정도로 유명 강사를 적기에 투입한다는 평가를 받는 등 최고 강사진 영입에 공을 들였다. 철저한 출석체크와 상담으로 학부모의 신뢰를 얻었다.
때마침 2004년은 김은실 작가의 ‘사교육 1번지, 대치동 엄마들의 입시전략’이란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등 대치동 입시교육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때였다.
이런 분위기 속에 명인학원은 2003∼2008년에는 대치동 못지않게 교육열이 높은 동네로 불리던 분당, 중계동에 잇달아 학원을 설립해 교육사업의 기반을 다졌다.
2010년에는 교육법인인 ㈜명인에듀를 설립하고 평촌, 서초, 미금, 혜화, 영통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본격적인 성장가도를 달렸다. 이후 2014∼2017년에는 일산 백마, 화정, 식사, 운정 등 서울 주변에 들어서는 신도시로 진출했다. 이 지역은 젊은 세대가 많아 교육 수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2016년에는 대치동과는 결이 다른 교육특구로 불리는 서울 목동에도 학원을 열었고, 모의고사 출판사업과 온라인 동영상 제공 사업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명인학원 창립 20주년 기념식에서 임직원들이 레크리에이션을 즐기고 있다. 사진제공|명인에듀
이어 천안, 해운대, 제주, 세종, 동탄 등 주요 지역 거점에 직영 학원을 열면서 전국적인 학원 교육기업으로 올라섰다. 대치동, 이매, 천안, 세종, 동탄에는 종합학원 외에 맞춤식 교육의 명인SKY수학 학원도 열었다.
두 아들을 의대에 합격시킨 이 회장의 자녀 교육 경험을 바탕으로 명인학원은 대치동을 중심으로 의대 입시에 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성과를 인정받아 2022년에는 스포츠동아가 수여하는 ‘대한민국 메디컬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명인에듀는 이제 전국 31개 직영 학원에 직원 180명, 강사 350명, 수강생 20만 명으로 지난해 연매출 570억 원을 올린 교육기업으로 성장했다. 규모 면에서 명인에듀보다 더 큰 대형 학원도 있지만 명인에듀는 문어발식 체인 사업이나 약탈적인 사업 확장에 골몰하는 여느 학원들과는 달리 한눈을 팔지 않고 교육 분야에만 천착해 ‘교육적으로’ 사업을 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새로운 교육환경에 맞춰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접목한 학습시스템을 구축해 서울과 지방에서 우수 강사진의 강의를 언제 어디서든 들을 수 있게 됐다.
명인에듀는 국내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못지않게 교육열이 높은 베트남에 진출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식 학습관리로 학습 효과를 극대화하는 온·오프라인 국제학교 개설도 검토하고 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 사회공헌에도 앞장
‘교육없는 천재는 광산 속의 은이나 마찬가지이다(Genius without education is like silver in the mine).’
이 회장은 벤자민 프랭클린의 명언을 학원 교육의 철학으로 삼고 본업인 교육은 물론 사회 공헌 활동에도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고려대 사범대의 ‘교육경영AMP’ ‘글로벌리더 최고위과정’과 맺은 인연으로 1억 원의 장학금을 기부했고, 고려대 사범대는 운초우선교육관 407호실에 ‘이채연 강의실’ 명판(名板)을 만들어 기부의 뜻을 기리고 있다.
이 회장은 올해부터 매년 2000만 원을 기탁해 자신의 호(號) 딴 ‘청해(靑該) 교육상’을 운영한다. 1학기 종강에 맞춰 일선 교육현장에서 활동하는 고려대 사범대 출신 우수 교육자를 선정해 격려하는 상이다.
이 회장은 “나도 교사와 교수로 근무했지만 어린 학생을 가르치고 인격적 도야를 통해 우리사회에 필요한 인재를 육성한다는 점에서 공교육, 사교육의 구분이 있겠느냐”며 “일선에서 교육자로 활동하는 고려대 사범대 교우들에게 작은 응원이 됐으면 하는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모교인 연세대 간호학과 동문회에도 1억 원을 기부했고, 연세대총동문회 발전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하는 등 교육을 통한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에 앞장서고 있다.
한편 이 회장은 노래 ‘나에게, 너에게’로 데뷔한 가수이기도 하다. 지난해 5월에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 슈피겔홀에서 ‘채연과 친구들의 작은 음악회: 시작’이라는 개인 콘서트를 열고 ‘끼’와 배짱, 열정을 갖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