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반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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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외교사절단 반크(단장 박기태)는 국가무형유산 ‘택견’과 관련해 생성형 AI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정보와 이미지 오류를 체계적으로 점검·분석하는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택견의 고유한 기술적 특성과 철학을 세계에 정확히 알리는 동시에 생성형 AI가 한국의 역사·문화 콘텐츠를 표현할 때 나타나는 왜곡과 편향의 실태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생성형 AI 기술이 급속히 확산하면서, AI가 만들어내는 이미지와 텍스트는 대중의 지식 습득과 인식 형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부정확한 학습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결과물 속에서 한국의 문화유산이 축소되거나, 타 문화와 혼동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는 올바른 정보 확산을 통해 AI 시대의 새로운 국가 경쟁력인 ‘주권 AI’ 실현을 선도적으로 추진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반크 조사 결과, 생성형 AI가 택견과 태권도를 혼동해 설명하는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택견과 태권도는 모두 한국의 대표적인 맨손 무예이지만, 택견은 부드러운 곡선의 움직임과 품밟기·오금질 등 민속놀이적 요소가 강하지만, 태권도는 직선적이고 현대적인 기술 체계를 기반으로 발전했다. 그러나 AI에게 택견의 고유 기술을 묻자, 일부 시스템은 태권도 기술명을 인용하거나 잘못 연결하는 오류를 보였다.

예를 들어, 그록(Grok)은 택견의 ‘곡선·휘둘러 차기’ 특징을 설명하면서 앞굽걸이, 옆굽걸이, 뒤굽걸이 등 태권도 용어와 혼동한 기술명을 서술했고, ‘밀고 당기기’ 동작을 설명하면서 품 씻기, 품 바르기와 같이 존재하지 않는 기술명을 예시로 들었다. 또한 코파일럿(Copilot)은 택견 발기술로 ‘앞축차기’를 소개하며, 실제 택견 기술과 다른 내용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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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트뿐 아니라 이미지 생성 AI에서도 오류가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그록(Grok)에 ‘택견 시범 이미지’를 요청했을 때, 한복을 입은 여성이 손동작을 취한 장면이 생성되었으나 택견의 실제 동작으로 보기 어려웠다. 빙(Bing)은 질문과 무관하게 동양적 전통 패턴 이미지를 생성했으며, 제미나이(Gemini)는 비교적 택견 시범 장면을 정확히 표현했으나, 이미지 전체에 벚꽃과 같은 일본적 요소가 포함되어 택견의 한국 무예로서의 정체성이 흐려졌다. 또한 ‘택견 시범’이라는 문구가 ‘택겍 시겸’으로 잘못 표기되는 등 언어적 오류도 발생했다.

특히 동일한 AI에게 동일한 질문을 여러 차례 반복했을 때, 매번 다른 답변과 이미지를 생성하는 불일치성도 확인됐다. 일부 경우에는 올바른 택견 정보를 제시했지만, 다시 질문하면 태권도 동작이나 비관련 이미지를 출력하는 등 AI의 인식과 표현에서 일관성 부족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현재 생성형 AI 학습 데이터는 미국과 중국 중심으로 구축되어 있어, 한국의 역사와 문화가 정확히 반영되지 못하는 구조적 편향이 존재한다. 반크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진정한 AI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기술 경쟁을 넘어 AI 속에서 국가의 역사와 문화 정체성을 지켜내는 ‘정체성 주권’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반크는 최근 출범한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가 향후 ‘소버린 AI’(Sovereign AI) 정책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문화·역사·유산 데이터의 국가 차원 표준화 ▲소버린 AI 품질평가 체계 내 문화·역사적 정합성 지표 도입 ▲글로벌 AI 환경에서의 문화·역사 왜곡 문제에 공동 대응하기 위한 국제 협력 확대 등을 핵심 아젠다로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한 바 있다.
또한 반크는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가 향후 정책을 수립할 때, 택견과 같은 한국의 고유한 문화유산이 국내 AI 학습 데이터에 적극 반영되고, 해외 주요 AI 플랫폼에도 올바르게 소개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지원과 정책적 촉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기태 반크 단장은 “전 세계 무예 가운데 최초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 목록에 등재된 택견은 한국인의 철학과 미학, 공동체 정신을 담은 우리 역사 속 숨겨진 한류 스타”라며, “AI 시대의 경쟁력은 기술 그 자체보다, AI가 학습하고 표현하는 문화의 깊이와 다양성에서 나온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기술 주권을 넘어 문화·역사 정체성의 주권까지 확보하는 ‘대한민국형 주권 AI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승현 반크 연구원은 “AI가 전 세계인의 지식과 인식을 형성하는 시대에는 AI 속에서 한국의 문화유산이 어떻게 인식되고 표현되는지가 곧 국가 브랜드를 결정짓는다”며, “택견과 같은 한국 고유의 문화유산이 왜곡되기 전에 정확한 데이터를 선제적으로 구축하고, AI를 통한 글로벌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크는 2023년 대한택견회, 한국택견협회와 각각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택견의 대중화·세계화를 위한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해 왔으며, 한문화재단(이사장 김준일)과 함께 택견 글로벌 홍보 프로젝트를 전개하고 있다.

향후 반크는 택견 관련 단체들과 협력해 생성형 AI 상에서 발생하는 택견 관련 왜곡 및 오류 문제에 대응하는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택견의 역사·철학·기술적 특성이 AI 데이터에 올바르게 반영될 수 있도록 협력해 나갈 계획이다.


이수진 기자 sujinl2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