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난-선수수급문제…한국야구싹이말라간다

입력 2008-01-16 09: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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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새해가 밝았다. 하지만 야구계는 새해가 마냥 달갑지만은 않다. 프로야구는 KT가 현대 구단 인수를 포기하면서 올 시즌을 7개 구단으로 치러야 할 위기에 빠졌다. 고교야구를 비롯한 학생 야구의 현실도 어둡긴 마찬가지다. 새해 둘째 날인 2일 51년 전통의 춘천고 야구부가 해체됐다. 지난해 일산 주엽고와 성남서고 야구부가 없어지는 등 3개월간 야구부 3개가 사라지면서 야구의 뿌리가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선수 수급과 재정난으로 해체된 춘천고 야구부 운동장.[사진제공=동아일보] ○ 기합 소리 사라진 텅 빈 운동장=10일 춘천고등학교 운동장. 선수들의 구령 소리로 운동장에 활기가 가득 찰 때다. 하지만 운동장은 고요함마저 느껴졌다. 운동장 한쪽에 있는 스코어보드와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장비를 보고서야 이곳에 야구부가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춘천고 야구부는 올해 3학년이 졸업하면서 선수 10명만 남아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워지면서 해체 수순을 밟게 됐다. 남아 있던 선수들은 다른 학교로 모두 전학을 간 상태다. 이로써 춘천은 소양초-춘천중-춘천고로 이어지던 야구 꿈나무의 진로가 붕괴됐다. 이제 강원 지역에 야구팀이 있는 곳은 강릉고, 속초상고, 원주고 등 3개 학교. 이들 야구부도 언제 춘천고처럼 없어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속초상고 민상기 감독은 “현재 야구 선수 13명 가운데 3학년이 11명이다. 내년에도 정상적인 선수 수급이 이뤄지지 않으면 우리도 춘천고의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선수 수급과 재정 문제로 문 닫는 야구부=고교 야구부가 문을 닫는 가장 큰 이유는 선수 수급과 재정 문제. 지난해 10월 없어진 주엽고 야구부의 경우 15명의 선수 중 4명이 졸업하고 2명이 그만두면서 9명으로 올해 경기를 뛰어야 했다. 매년 선수가 부족해 다른 고교에서 뛰던 비주전 선수들을 전학시켜 인원을 채웠다. 속초상고(13명), 김해고(13명), 충주성심학교(10명) 등 20명이 안 되는 야구부는 전국적으로 몇 곳 있다. 한 해에 선수 3분의 1이 바뀌는 상황에서 이들은 내년을 기약할 수 없다. 같은 시기에 없어진 성남서고 야구부는 재정 문제로 문을 닫았다. 국공립인 성남서고는 연 1000만 원 이하의 운영비와 학부모들의 지원금으로 운영해 왔으나 학교 측에서 더는 운영이 힘들다고 결정했다. 선수 한 명을 한 해 동안 지원하는 데 글러브, 스파이크, 방망이 등 장비 값만 200만 원이 넘는다. 강원야구협회 한전옥 전무이사는 “열악한 여건 때문에 학생 야구의 미래는 어둡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야구를 할지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매년 한두 곳씩 사라지는 학생 야구부의 현실 속에서 야구계 선배들은 어떤 생각을 할지 궁금하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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