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만에고대컴백임정명감독“이젠여유갖고길게볼것”

입력 2008-03-12 09:3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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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팀하고만 붙었다면 우린 60연승은 했을 겁니다.” 지난해 중앙대가 38연승을 기록한 얘기를 꺼내자 그는 발끈했다. 중앙대는 주로 대학팀을 상대로 연승을 거뒀기 때문에 실업팀과 맞붙어 연승을 이룬 고려대와 비교 자체가 어렵다는 것이다. ‘77학번 동기’ 이충희(전 오리온스 감독)와 함께 1970년대 후반 ‘고려대 49연승 신화’를 이끈 주역인 임정명(50·사진) 씨가 8년 만에 모교 농구부의 지휘봉을 잡았다. 매서운 눈은 여전하고 불호령 역시 서슬 퍼렇다. 서울 성북구 안암동 농구부 체육관에서 그는 요즘 30여 년 아래 후배들을 담금질하느라 여념이 없다. “08학번 신입생하고는 31년 차이가 나지요.” 그는 허허 웃었다. 그는 현역 시절 투지 넘치는 플레이로 ‘악바리’로 불렸다. 하지만 늘어난 흰머리처럼 그의 말에서는 여유가 배어났다. “화기애애한 (농구부) 분위기를 만들고 싶습니다.” 그의 첫 목표는 우승이 아니었다. 올해부터 고려대 운동부원들은 수업을 듣고 학점을 따야만 졸업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오전에 공부하고 오후에만 운동한다. ‘성적을 내야 하는’ 감독으로서는 탐탁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잘한 결정이다. 운동 못지않게 공부도 중요하다”며 환영했다. 다만 훈련시간에는 집중력을 높여 부족함을 채울 예정이라고. “개인기는 예전이 낫죠. 요즘은 중고교에서 너무 승부에 집착해 주로 슛 연습만 해요. 그래서 드리블이나 돌파 능력이 예전만 못한 것 같습니다.” 프로농구 시즌이 끝나면 후배들을 위해 프로선수들을 초청해 ‘클리닉’을 열 예정이다. 다음 달 개최되는 MBC배 대학농구 연맹전에는 부상자가 많아 불참할 계획이다. “이젠 여유를 갖고 길게 봐야지요.” 그가 이젠 감독으로서 ‘고려대 연승 신화’를 재현할지 기대된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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