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배의열린스포츠]‘팬’을원하면‘팬’을섬겨라

입력 2008-03-3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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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관계로 고향을 떠나 이곳 부산에 온지 5년. 낯선 도시 부산이 나에게 준 선물은 ‘사직’이었다. 사직구장에서 야구를 본 적이 있는가? 지금까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이 야구장을 드나들었지만, 사직구장 같은 열기를 뿜어내는 곳은 보지 못했다. “한신이나 시카고 컵스 팬들도 광적이라고? 미안하지만 롯데팬들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다.” 지난 7년간 ‘8888577’ 성적에도 불구하고 부산갈매기를 부르며 ‘사직예배’를 거행하는 그들을 보라. 경외심을 느낄 수밖에 없다. ‘사직’은 누가 뭐래도 부산의 아이콘이다. 그런데도 가끔 불안감이 엄습해 온다. 언제까지 팬들이 속아줄까? 성적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프로야구에서 성적은 제로섬게임이다. 누군가 1등을 하면 누군가는 꼴찌를 해야 한다. 차라리 롯데는 성적만 좋으면 관중들이 속아줄 수도 있다. 이제는 본질을 봐야 한다. KBO는 2008시즌 각 구단의 관중동원 목표를 취합하여 500만명을 올 시즌 목표로 설정했다. ‘전국구’인 LG, 롯데, KIA가 최상위권을 형성한다면 모를까 쉽지 않을 것이다. 프로야구가 2008시즌 한 단계 성장하기 위해서는 첫째 인프라, 즉 경기장확충과 저변확대가 가장 중요하다. 당장 어렵다면 실행계획이라도 세워야 한다. 인프라확충 없이는 모든 것이 사상누각일 뿐이다. 둘째는 지역사회와의 소통이다. 지역을 연고로 하는 프로스포츠는 시청, 구청, 각급 학교, 병원, 회사 등 그 지역사회와 소통하지 않고는 성공할 수 없다. 매일 찾아가야 한다. 셋째는 팬에 대한 자세다. 프로야구는 화∼일요일 사이에 열리지만 실질적으로는 ‘화수목금금금’ 열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OECD 가입국 중에서 노동시간이 가장 긴 우리나라 사람들이 평일 날 야구장 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 까닭이다. 구단 임원들은 야구단에 오기 전에 과연 야구장에 몇 번 가보았는지 궁금하다. 이런 상황에서도 불편한 시설의 야구장에 끊임없이 찾아오는 팬들이 대단하지 않는가? 일본구단 사장들은 경기 전에 운동장 밖에 나와 머리를 조아린다. 찾아주셔서 감사하다고. 구단사장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팬을 ‘모시는’ 것이다. 넷째는 선수들도 힘들지만 책임의식을 느껴야한다. 평균관중 4만명의 요미우리 선수들이 시즌 중 쉬는 날 조를 짜서 학교급식에 참가하여 배식하는 이유를 생각해봐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국프로야구가 정말 ‘프로’가 되려면, 관중동원에 성공하고도 성적이 나쁘다는 이유로 질책 받는 일과 관중동원이 최악인데도 우승했다는 이유로 포상 받는 일은 사라져야 한다. 구단 프런트는 관중동원과 팬서비스로 평가받아야 한다. 관중 500만명을 누구보다 희망한다. 오늘 롯데 개막전에 500만 관중달성에 밀알이 되고자 가족들 데리고 ‘사직예배’에 참석한다. 필자는 ‘종교’를 바꿀 수 없어 이방인이겠지만 우리 애들은 ‘신도’다. 올 시즌 ‘사직예배’에서 영혼이 위로 받기를 기대하면서... 전용배 …<동명대학교 스포츠레저학과 교수>요기 베라의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다”라는 경구를 좋아한다. 소싯적부터 스포츠에 대한 로망을 간직하고 있다. 현실과 로망은 다르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지만 그래도 로망과 스포츠의 '진정성'을 이야기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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