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전관전하며큰감동…월드컵4강꿈깨야”
거침없고 화려한 입담은 계속됐다. 비록 립 서비스에 불과할지라도 모두에게 희망을 주는 메시지는 거스 히딩크(62) 감독만의 장점이요, 무기였다. 그런 히딩크가 또 한 번 감동의 한마디로 모두를 들뜨게 했다.
9일 ‘제2호 드림필드’ 준공식 참석차 포항 한동대를 찾은 히딩크는 “2002한·일월드컵이 끝난 뒤 남북한 축구를 관전할 기회가 있었다. 그 때 많은 감동을 받았다”면서 “난 어떤 기회도 배제하지 않는다. 축구를 통해 남북이 함께 화합 단결하길 희망한다”며 북한 대표팀을 이끌어보고 싶다는 의향을 내비쳤다.
이전에도 북한 축구에 대한 관심을 심심찮게 밝혀온 히딩크는 2002년 9월7일 남북통일축구를 직접 찾은 기억이 있다. 당시 그는 기술고문 자격으로 박항서 감독(전남 드래곤즈)과 함께 한국팀 벤치를 지켰다. 물론 두 명의 사령탑에 대한 비난 여론도 일부 있었지만 이번 인터뷰에서 ‘북한 사령탑’을 굳이 또 한번 운운한 까닭은 외국인으로서 ‘진정한 화합의 무대’를 통해 남북이 하나가 되는 벅찬 감격을 몸소 느꼈기 때문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히딩크는 한국 축구에 대해 의미있는 조언도 곁들였다. 2002년처럼 한국이 월드컵 4강을 달성할 수 있느냐는 물음에 ‘현실을 직시하라’고 지적했다. 그는 “매우 현실적으로 살펴야 한다. 잉글랜드, 스페인, 독일 등 강호들이 많고, 국제축구연맹(FIFA)랭킹 1-10위권 국가들이 건재하다. 과거에 연연하기보다 한국 축구의 현 주소를 알고, 스스로 발전할 꾀해야 한다”고 미래지향적 시각을 갖출 것을 주문했다.
한편 히딩크는 인터뷰 말미에 한 학생이 ‘거액이 보장된 첼시를 맡는 것과 북한을 이끄는 것 중에 어느 쪽에 관심이 있느냐’는 돌발 질문을 던지자 “이 자리에서 그런 문제를 논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화제를 바꾸는 재치도 보였다.
포항=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