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시아,올스타투표‘용병최초1위·역대최다득표’영예

입력 2008-07-2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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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카림 가르시아(33·롯데·사진)는 사직구장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는 아파트에 산다. 평일 홈경기 선수단 소집 시간은 오후 2시30분. 보통 20분 정도 여유를 두고 집을 나선다. 하지만 도착 시간은 다른 선수들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오히려 미팅 시작 직전에야 헐레벌떡 들어서곤 한다. 야구장까지 걸어오는 잠깐 동안에도 수십 번은 멈춰서야 하기 때문이다. 사인을 요청하는 어른들과 ‘가르시아 송’을 부르며 뒤를 쫓는 어린이들. 가르시아는 그들에게 일일이 답례를 해준 후에야 비로소 야구장에 도착한다. #2. 지난달 12일. 잠실 두산전 해설을 마친 이성득 부산방송(KNN) 라디오 해설위원은 다음날 사직 경기 해설을 위해 심야 무궁화호 열차를 탔다. KTX 막차가 끊긴 탓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한참 자리를 찾던 이 위원의 눈에 곤히 잠든 한 외국인 커플이 눈에 띄었다. 남자 쪽이 낯이 익었다. 바로 조금 전까지 그라운드를 누볐던 가르시아였다. 서울을 방문한 약혼녀 데니스와 함께 하기 위해 안락한 구단 버스 대신 부산까지 5시간도 더 걸리는 기차를 선택한 것이다. ● 올스타 역대 최다득표 ‘외국인 최초’ 가르시아는 “세상엔 야구보다 중요한 것도 많다”고 했다. 팬들과 약혼녀도 그 중 하나다. 그런 그가 야구 덕분에 ‘전성시대’를 누리고 있다. 가르시아는 21일 발표된 2008 프로야구 올스타전 인기투표 최종집계에서 총 투표수 120만4398표 가운데 67만8557표를 얻어 최다 득표 선수로 선정됐다. 지난해 팀 동료 이대호가 세운 기록(34만1244표)을 넘어선 것은 물론 외국인 선수로는 최초로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투표 시작과 동시에 7주 동안 단 한번도 선두를 놓치지 않았다. 가르시아는 21일 현재 타율 0.248로 타격 40위에 올라있다. 삼진 74개는 8개 구단에서 가장 많다. 하지만 홈런(21개)과 타점(67점)이 나란히 2위다. 출루율은 0.321에 불과해도 장타율이 0.511(4위)이다. 짧고 굵게, 강한 인상을 남기는 데 성공한 것이다. ● 소주와 부황, “한국이 좋아요!” 무엇보다 팬들은 가르시아의 인간미 넘치는 모습에 반했다. 야구 뿐만 아니라 생활 방식에서도 한국 문화에 쉽게 적응했다. 소주를 유독 좋아하는 가르시아의 주량은 한 병. 삼겹살 대신 베이컨을 안주 삼아 술잔을 기울인다고 하니 ‘동서양의 조화’가 따로 없다. 매운 음식을 잘 소화해서 고추를 불판에 익혀 먹는 독특한 버릇도 있다. 또 가르시아의 등에는 항상 열두 개의 부황 자국이 찍혀있다. 외국인 선수들은 부황 기구를 내밀 때마다 손을 절레절레 흔들며 도망가는 게 예사. 하지만 가르시아는 전지훈련지에서 처음으로 한방치료를 경험한 후 마니아가 됐다. 침을 맞는 것도 좋아한다. 허벅지에 근육통이 올라올 때면 트레이너실에 들어와 “침을 놓아달라”, “뜸을 떠달라”고 조른단다. 이러니 가르시아를 좋아하는 건 팬들 만이 아니다. 롯데 관계자는 “이렇게 한국에 잘 물드는 용병은 처음이라 구단 직원들이 모두 좋아한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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