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스타전무산위기…‘졸속일정’에축제희생우려

입력 2008-07-3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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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프로야구 올스타전이 자칫하면 취소될 위기에 놓였다. 올해 올스타전은 8월 3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릴 예정이지만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우천에 대비한 예비일을 확보하지 않은 탓에 비가 내려 경기 개최가 어려워지면 올해 올스타전은 무산된다. 한국프로야구 27년 역사상 올스타전이 열리지 않은 해는 없다. 별도의 올스타전 예비일을 잡지 않은 이유에 대해 KBO는 “베이징올림픽 야구대표팀의 평가전 일정 때문”이라고 밝혔다. 새달 1일 소집되는 야구대표팀은 올스타전 이튿날인 8월 4일 네덜란드, 5-6일 쿠바와 잠실구장에서 잇달아 평가전을 치를 예정이다. 팬들의 손으로 직접 뽑은 스타 플레이어들이 총출동하기에 팬들의 잔치나 다름없는 올스타전이 끝내 무산된다면 13년만의 500만 관중 재돌파를 확신하며 벌써부터 치적처럼 내세우고 있는 KBO가 ‘관중기만’을 저지르는 셈이라 비난을 면키 어려울 전망이다. ○올스타전 취소=예고된 희극? 8월 2-3일 중부지방에는 비가 예보돼 있다. 요즘 기상청이 ‘예보가 아니라 중계를 한다’는 비아냥을 듣고 있지만 실제로 많은 비가 내려 올스타전이 열리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파행의 원인은 8월 3일 비가 내리느냐, 안 내리느냐가 아니다. KBO는 매년 올스타전 일정을 발표하면서 필수적으로 예비일을 확보해놓곤 했다. 올해도 마찬가지여야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KBO는 야구대표팀의 평가전 일정이 뒤늦게 확정됐더라도 올스타전 예비일을 반드시 염두에 둬야 했다. 그러나 처음부터 예비일은 안중에도 없었던 듯 버젓이 8월 4-6일 사흘 연속 평가전 일정만을 공표했고, 우천으로 올스타전이 무산되는 경우에 대해서는 그동안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다. 30일 <스포츠동아>가 우천취소시의 대안을 묻자 “평가전 일정 관계로 불가피하게 됐다”는 곤혹스런 답변만 되풀이했다. ○‘졸속 평가전’의 들러리로 전락한 올스타전 올스타전 취소라는 사상 초유의 불상사를 초래할 수도 있는 평가전 일정 또한 문제다. 프로야구 현장의 일부 사령탑들은 조심스럽게나마 이미 “투수진의 피로도를 고려하면 무리한 일정”이라는 반응을 나타내왔다. 또 이방인인 롯데 제리 로이스터 감독은 “왜 굳이 경기를 하면서까지 전력을 상대에게 노출하느냐”며 한국-쿠바의 평가전 자체에 의문을 제기했다. 강팀끼리는 전력 노출을 삼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쿠바와의 평가전은 한국이 호스트가 아니다. KBO 관계자는 30일 “쿠바전은 그쪽 대행사에서 주최한다. 입장료 중 일부를 우리가 나눠받는다”고 밝혔다. 한국으로 전지훈련을 온 손님이 경비 마련을 위해 내놓은 제안을 주인이 안방까지 내주면서 덥석 받은 꼴이다. 결국 우리의 자발적인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베이징 입성을 앞두고 적응훈련차 한국을 방문한 외국팀들의 편의에 의해 마련된 평가전을 소화하기 위해 KBO는 최악의 경우 올스타전 취소라는 파행을 초래할지도 모르는 자충수를 둔 것이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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