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버린중국]올림픽주제가‘중국은없다’

입력 2008-08-0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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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88년 서울올림픽 때 김연자가 부른 ‘아침의 나라에서’라는 노래를 기억할 것이다. “모이자 모이자 아침의 나라에서. 모이자 모이자 우리함께 달리자”라는 후렴가사가 인상 깊었다. 그러나 이 노래가 올림픽 주제가로 선정되었다면서 거창하게 등장했는데 아무런 설명 없이 조용히 사라졌다가 폐막식장에서 다시 불려 구겨진 자존심을 조금이나마 회복했던 사실을 기억하는 이는 별로 없다. 대신 공식 주제가로 선정된 노래는 올림픽바람을 타고 세계적으로 히트한 해외동포 그룹 코리아나의 ‘손에 손잡고’였음은 다 아는 사실이다. 20년의 간극만큼이나 차이도 컸지만 중국 베이징올림픽 주제가를 두고 벌어지는 해프닝도 서울올림픽과 비슷한 점이 많고 중국인들의 성격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 처음 우리가 베이징올림픽의 주제가로 알고 접한 노래는 “베이징은 당신을 환영해요(北京歡迎니)”였다. 성룡 주화건 막문위 임지령 등 100명이나 되는 가수 연기자 성우 음악가 등이 동원됐다. 이들은 새 둥지 모양의 냐오차우 올림픽경기장과 신축된 베이징 서우두 공항을 비롯해서 만리장성 천안문 이화원 등을 배경으로 노래를 불렀다. 한류스타인 장나라가 외국인으로선 유일하게 음반취입에 동참했다. “우리 집 대문은 항상 열려 있다오. 전통의 토양에 씨를 뿌리기 위해. 마음을 열어 천지를 포용하죠∼” 노랫말에서 보듯 손님을 맞는 마음가짐이 잘 담겨있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중국 방방곡곡에서 연일 울려 퍼지고 있는 ‘베이징은 당신을 환영해요’가 영국 가수 사라 브라이트먼이 부른 ‘영원한 친구(Forever Friends)’처럼 올림픽 테마송의 하나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올림픽 정신 아래(Under the Five Rings)’가 공식주제가라는 것. 지난 4일 베이징 국립극장(國家大劇院)에서는 ‘세계 3대 소프라노’로 불리는 우리나라 조수미가 후진타오 국가주석과 자크 로게 IOC위원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중국 미국 러시아 성악가들과 어울려 이 노래를 미리 불러봤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만 통하는 트롯 가수의 약간 촌스러운(?) 노래가 서울올림픽의 공식 주제가가 될 수 없었듯이 ‘손에 손잡고’의 글로벌한 분위기와는 대조적으로 중국색 짙은 발라드풍의 노래가 베이징올림픽의 공식 주제가가 될 수는 없는 모양이다. 전통에 대한 열등 콤플렉스와 서구지향성은 한중 양국민의 공통된 심성중의 하나이지 싶다. 더구나 이 노래는 개막식장에서 비로소 공개된다고 한다. 신비로움을 극대화하는 연출이라지만, 지구촌이 하나가 되어 열린 마음으로 참여하는 올림픽정신이 아직 채 걷히지 않은 죽의 장막(Bamboo Curtain)에 가려지는 것 같아 씁쓸하다. 중국인들은 이번 올림픽을 기해 한 세기 전 제국주의에 침탈당한 이래 땅에 떨어진 중국의 자존심을 회복하고 새로운 중화문명의 도약을 꿈꾸는 계기로 삼으려 한다. 그러나 오늘 밤은 대만은 차치하더라도 인도 베트남 일본 티베트와의 분쟁이 보여주듯이 항상 영토적 야심을 갖고 이웃나라를 위협해온 무서운 강대국의 이미지를 지우고, “미래의 중국은 올림픽정신 아래 세계평화와 공동번영에 앞장 서겠다”고 준엄한 자기다짐을 하는 그런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김중산(金仲山)| 갈렙의학문화연구소장. 동서고금의 다양한 역사와 문화에 관해 관심을 갖고 이에 대한 전방위적 글쓰기와 강연을 하고 있다. 의학과 심리학에 관한 학위를 갖고 있다. 중국 북경에서 6년간 체류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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