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밝게, 더 타이트하게.’ 여자 선수들의 패션이 갈수록 과감해진다. 연일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베이징에서는 더 그렇다. 허리에서 빙빙 돌아가는 큼지막한 하의와 펄럭거리는 빅사이즈 상의는 이제 일부 구기종목에서나 찾아볼 수 있다. 육상 선수들의 짧은 핫팬츠부터 비치발리볼 선수들의 과감한 비키니까지, 각자 개성을 드러내기 위한 패셔니스타들의 노력이 ‘올림픽 패션쇼’를 방불케 한다. 노출의 강도는 점점 더 높아진다. 특히 선수들이 쭉 뻗은 몸매를 뽐내는 비치발리볼에서는 더하다. 중국 비치발리볼은 189cm의 키를 자랑하는 쉬에천이 빨간색 비키니를 입고 나타나면서 인기를 모으기 시작했다. 세계기록 작성 때문에 하이테크 전신 수영복을 입어야 했던 독일의 브리타 스테판이 “나는 가자미나 해골처럼 보인다”고 불만을 토로할 만도 했다. 18일 시작된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도 빼놓을 수 없는 종목. 무늬가 화려하고 반짝거리는 수영복이 대세다. 그런가하면 호주 여자농구팀은 수영복처럼 몸에 밀착되는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모델 뺨치는 몸매를 자랑하는 로렌 잭슨(27)이 ‘물 만난 고기’였음은 물론이다. 미국 체조스타 나스티아 리우킨도 패션감각을 과시했다. 리우킨은 개인종합-이단평행봉-평균대 결승에서 각각 핑크색과 펄이 섞이고 감색에 보석이 박힌 흰색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한국의 펜싱 스타 남현희는 경기복으로 멋을 내기 힘들자 화려한 색상의 네일아트로 시선을 모은 경우. 양궁의 윤옥희도 활과 보호대, 립스틱 색상을 핑크색으로 맞추면서 취향을 드러냈다. 보수적인 여자 하키 선수들도 예전보다 좀 더 타이트한 상의를 입기 시작했다. 물론 의상에만 신경 쓰다 비난받은 선수들도 있다. 사모아 육상대표 샤나한 사니토아는 핑크색 댄스복을 입고 100m 예선에 나섰다가 사상 최악의 기록을 남기며 탈락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선수는 빼어난 경기력까지 갖췄다. 여성이 패션감각을 뽐내는 건 언제 어디서나 ‘무죄’다. 원피스형 치마를 덧입고 여자 세단뛰기 금메달을 따낸 카메룬의 음방고 아토네는 “나는 선수이기 이전에 여성이다. 좀 더 여성스러운 유니폼을 입고 싶었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