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존재감을 보여주고 싶다.″
이승엽(32, 요미우리 자이언츠)은 지난 14일 도쿄돔에서 벌어진 일본프로야구(NPB) 야쿠르트 스왈로즈와 경기에 1루수 겸 6번타자로 선발출장, 2회 말 첫 타석에서 시즌 2호 솔로홈런을 때려냈다.
1군으로 복귀한 이후 첫 타석이자 지난 7월27일 야쿠르트전 이후 정확히 49일만에 때려낸 시원한 홈런포였다.
이승엽은 경기 후 스포츠호치와 인터뷰에서 ″올해에는 팀에 공헌할 수 없었다. 최후에라도 나의 존재감을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올 시즌 부진에 허덕이며 2군을 수시로 드나들던 이승엽의 솔직한 심정이 잘 묻어나는 대답이었다.
이날 이승엽의 홈런은 큰 포물선을 그리지 않았지만 라인드라이브를 형성, 좌측 펜스에 꽂히는 것이었다. 스포츠호치는 이승엽의 홈런에 대해 ″베이징올림픽 쿠바전에서 나온 ′금메달포′를 방불케 하는 홈런″이라며 극찬했다.
요미우리의 하라 다쓰노리 감독(50) 역시 ″효과적인 한 방″이었다며 호평했다.
이에 대해 이승엽은 ″베스트 스윙을 했다″며 ″내가 원하는 곳에 볼이 들어오면 초구부터 때릴 생각이었다″고 밝혔다.
이승엽은 이날 총 네 번의 타석 중 세 번이나 초구를 공략하는 적극적인 타격 모습을 선보였다.
하지만 이승엽이 한 방의 홈런으로 1군에 완전히 안착한 것은 아니다.
4명으로 한정돼 있는 외국인 선수 등록 규정에 따라 좌완투수 애드리언 번사이드(31)와 수시로 1, 2군을 오가고 있는 이승엽은 이에 대해 ″시즌 개막전부터 제 역할을 하지 못한 나의 책임이다″며 ″스스로 적응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뒤늦게 불붙기 시작한 이승엽의 방망이지만 올림픽에서와 같이 중요한 순간, 한 방을 해주는 아시아 홈런왕의 풍모를 서서히 되찾고 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