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나설 국가대표팀이 코칭스태프 인선에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선수 구성에서도 악재를 만났다. 간판선수들이 잇달아 불참 의사를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산 넘어 산’이다.
2년 전 제1회 WBC 대회와 올해 8월 베이징올림픽에서 결정적 활약을 펼친 이승엽(32·요미우리)은 9일 세이부와의 일본시리즈 7차전 직후 “내년에는 요미우리에서 후회없이 뛰어보고 싶다. 지금의 컨디션으로는 도저히 3월 WBC를 준비할 수 없을 것 같다”며 사실상 대표팀 사퇴를 선언했다. 최근 귀국한 메이저리거 박찬호(35·LA 다저스)가 불안정한 신분(FA+선발투수 복귀 희망) 때문에 WBC 불참 의사를 전한 데 이은 충격 발언이다. 능력과 경험, 리더십을 두루 겸비한 투타의 양대 기둥이 빠지면 전력 약화가 뻔해 우려스럽다.
게다가 일본 진출을 추진중인 김동주(32·두산)도 베이징올림픽을 다녀온 뒤로 “내년 WBC에는 나가고 싶지 않다”는 뜻을 이미 공공연히 밝힌 터라 제2회 WBC 대표팀은 출범 전부터 최강 전력 구성이라는 지상명제에 차질을 빚게 됐다. 물론 김동주가 국내에 잔류한다면 10일 단장회의의 결론처럼 소속 구단을 통해 WBC 출전을 종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일본으로 떠나는 경우에는 본인의 마음을 돌리기 전에는 참가를 강제할 수단이 없어진다.
박찬호와 이승엽 등의 WBC 불참이 현실화되면 대표팀의 가용자원은 한정된다. 합류 가능한 해외파로는 추신수(26·클리블랜드), 이병규(34·주니치), 임창용(32·야쿠르트) 정도를 꼽을 수 있는데 이마저도 100% 합류를 확신할 수는 없다.
다행히 충분치는 않지만 아직 시간적 여유는 있다. 이승엽은 올 시즌 초반만 해도 부상과 팀 사정을 이유로 올림픽 출전에 조심스런 입장을 되풀이했지만 끝내 대표팀에 합류해 사상 첫 금메달 획득에 힘을 보탰다. 지금 당장은 합류를 장담할 수 없는 박찬호와 이승엽의 처지를 이해해줄 필요도 있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