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퇴장파문딛고평가전서득점포…20일사우디전서A매치공식경기첫골별러
15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알 사드 스타디움. 전반 6분, 이청용(20·서울)의 발을 떠난 볼이 한 번 바운드된 후 카타르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간 순간, 본부석 왼 편의 한국 응원단은 일제히 일어나 환호성을 내질렀다. 그러나 정작 주인공인 이청용은 골을 넣고도 그리 기뻐하는 기색이 아니었다. 특별한 세리머니도 없었다.
의도한 것이 아니었는데도 득점으로 연결된 것이 쑥스러웠던 것일까. 이청용의 머릿속에는 ‘그 때 한 번 더 참았다면 오늘 이 기쁨이 더 당당할 텐데’라는 생각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아픔 딛고 성숙
이청용은 신세대 공격수답게 축구 선수로서 지향점도 독특하다. ‘경기장 안에서 죽을 각오로 뛰어라’는 말은 귀에 거슬린다. 대신 ‘오늘 즐겁게 한 번 놀아보자’라는 마음으로 그라운드에 들어선다. 그리고는 재기 넘치는 발 기술과 날카로운 패싱으로 기술 축구에 목 말라하는 팬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겨 준다.
하지만 때론 이렇게 톡톡 튀는 면이 ‘건방지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실제로 이청용은 종종 거친 반칙으로 ‘자제력이 부족하다’는 말을 듣곤 했다. 얼마 전 부산과의 K리그 원정경기에서 공중 볼을 다투다가 상대 김태영의 복부를 걷어차 퇴장을 당했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고의적인 파울이었기에 사태는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심지어 ‘대표팀에 뽑아서는 안 된다’는 여론까지 일었다.
하지만 이런 아픔은 스무살 청년을 더욱 성숙하게 만들었다. 이청용은 그 일이 있은 후 대표팀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훈련을 소화하며 속죄의 기회를 노렸다. 그리고 이날 선취골로 조금이나마 마음의 짐을 덜어낸 뒤 후반 11분, 김형범과 교체돼 나가며 본부석 맞은편과 상대팀 벤치, 한국 응원단을 향해 세 차례 정중히 고개를 숙인 뒤 벤치에 앉았다.
○이젠 공식 경기 득점
이청용은 올해 5월 31일 요르단과의 월드컵 3차 예선에 A매치 데뷔전을 치른 후 9월 요르단과의 친선전에서 김두현(웨스트브롬)의 프리킥을 헤딩으로 연결, 데뷔 골을 터뜨리며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후는 탄탄대로. 측면 공격수 자원이 유달리 많은 대표팀에서도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주전을 꿰차며 없어서는 안 될 선수로 자리 잡았다. 대표팀 훈련에서 이청용의 플레이를 보며 축구협회 관계자들은 감탄사를 연발하기 일쑤다.
하지만 카타르전을 포함해 A매치 데뷔 후 2골을 넣은 것이 모두 친선전이라는 점은 공교롭다. 절친한 동료 기성용(19·서울)은 9월 북한과의 최종예선에서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렸지만, 이청용은 아직까지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공식 경기에서 골을 터뜨리지 못했다.
이청용이 사우디전(20일)을 앞두고 이를 악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청용은 “카타르전 결과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세트피스를 더 연습하고 컨디션을 100%까지 끌어 올려 사우디와의 경기에서는 반드시 이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도하(카타르) |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