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에이전트(FA) 2명 영입’을 공언하며 ‘스토브리그 큰손’을 자임했던 LG는 원소속구단과의 우선협상기간이 끝난 20일 0시 직후 전 소속팀 SK와 계약하지 않은 외야수 이진영과 재빠르게 심야 접촉, 사인을 받아내는 데 결국 성공했다.
조건은 계약금 없이 연봉 3억6000만원이 전부.
전날 오후 늦게 SK측이 이진영에게 제시한 금액은 계약금 10억원에 연봉 5억원, 옵션 1억2500만원까지 합해 총액 16억2500만원이었다. ‘프로는 돈’이라고 생각하는 이진영이 16억2500만원 대신 3억6000만원을 선택했을 리는 만무하다. 나머지 구단도 이를 수수방관하며 ‘그러려니’하고 있고, LG는 공공연하게 3억6000만원이 아닌 ‘제대로 된’ 금액을 베팅했음을 숨기지 않을 정도로 올 FA 시장은 ‘짜고 치는 고스톱’이고,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이다.
LG가 겉으로 드러난 16억2500만원 조건(이것 역시 SK가 1년을 한정해 내 놓은 ‘표면적 금액’에 불과하지만)을 버리고 이진영이 3억6000만원에 사인했다고 주장(?)할 수밖에 없는 건 현재의 FA 규정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현 규정으로는 FA가 팀을 옮길 경우 다년계약을 하거나 계약금을 챙길 수 없고 다만 전년보다 최고 50% 오른 연봉을 받을 수 있도록 돼 있을 뿐이다. 3억6000만원은 이진영의 올해 연봉 2억4000만원에서 50% 인상된 금액이고 ‘형식상’ 발표 금액에 불과하다.
LG는 이진영에게 실제로 주기로 한 돈(4년간 40억원 안팎으로 추정)과 겉으로 발표한 금액(3억6000만원) 사이의 차액을 ‘옵션’을 통해 해결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 역시 ‘뻔히 속내가 보이는 술수’로 밖에 볼 수 없다. 원소속구단과의 협상에서도 다년계약을 금지한 현 규정에 따라 박진만을 총액 12억원에 눌러 앉힌 삼성이나 손민한을 15억원에 붙잡은 롯데 역시, 발표한 내용과 실제 다른 내용의 이면 계약서, 적어도 구두합의가 있을 것이라는 게 야구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이런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FA 계약’은 이미 어느 정도 예정된 것이었다는데 더 큰 문제점이 있다.
진주 | 김도헌기자 dohon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