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KTF 추일승(45) 감독은 경기 전 표정이 밝지 못했다. 연패 중에 하필이면 강한 상대를 만났다는 부담에다 용병 스티브 토마스의 부진에 대한 걱정 때문이었다. 올해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내고 있는 토마스는 최근 2경기에서 연속 2득점에 그치며 패배의 원인을 제공하던 참이었다. “토마스는 부지런하지만 소심한 편이라 원인이 뭔지 잘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반면 울산 모비스 유재학(45) 감독은 여유를 내비쳤다. 1라운드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데 대해 “운이 많이 따랐다”고 겸손해 하면서도 “용병 오타디 블랭슨이 최근 부진했기에 그에게 맞는 다양한 공격 패턴을 추가한 게 효과를 봤다”며 흡족해 했다. 2위 자리를 노리던 모비스와 최하위로 처진 KTF의 대결은 이처럼 한 쪽으로 기운 듯 했다. 유 감독의 걱정거리는 단 하나 뿐. 연승 중인 선수들이 행여 방심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였다. “그럴 땐 평소와 다른 패턴으로 공격를 시켜서 더 많이 뛰게 하면 선수들에게 다른 생각이 끼어들 틈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그 틈을 KTF가 파고들었다. 부활의 조짐을 보인 토마스의 맹활약도 뒷받침됐다. KTF는 20일 부산사직체육관에서 열린 2008-2009 동부프로미 프로농구 정규리그 모비스와의 홈경기에서 용병 토마스(21득점·15리바운드)의 활약을 앞세워 76-69로 이겼다. KTF는 2연패를 마감하고 천신만고 끝에 시즌 2승(7패)째를 올렸지만 모비스(5승4패)는 3연승 행진을 마감한 채 서울 삼성·대구 오리온스와 공동 4위로 내려앉았다. 초반부터 모비스를 압박하며 리드를 잡은 결과였다. 1쿼터 5분까지 모비스의 득점을 단 4점으로 묶은 KTF는 2쿼터 5분49초 허효진의 깨끗한 3점슛과 함께 33-21, 두 자릿수 점수차로 벌리는 데 성공했다. 우승연의 3점포를 앞세운 모비스의 거센 추격전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았다. 3쿼터 3분을 남기고 50-51로 첫 역전을 허용했지만 상대의 패스미스와 턴오버를 유도하며 차근차근 점수를 쌓아올렸다. 그리고 종료 2분30초전. 역시 부진에서 탈출한 신기성(13득점·8어시스트)의 쐐기 3점포가 터진데다 송영진이 골밑슛을 연이어 성공시키면서 71-64까지 다시 달아났다. 곧바로 터진 제임스 피터스의 덩크슛은 승리를 확신하는 축포와도 같았다. 턱밑까지 쫓아왔던 모비스가 결국 고개를 떨구고 마는 순간이기도 했다. 한편 대구 오리온스는 인천삼산체육관에서 열린 인천 전자랜드와의 원정경기에서 94-79로 승리해 공동 4위로 올라섰다. 전자랜드는 3연패. 부산 | 배영은 기자 ye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