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보물단지’이재우…“내년에는더잘할겁니다”

입력 2008-11-21 08: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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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2년 간의 공백을 무색하게 할 만큼 맹활약을 펼친 우완 투수가 있다. 바로 두산 이재우(28)이다. 병역파문으로 인해 뒤늦게 군 생활을 마치고 올해 다시 소속팀에 복귀한 그는 2005년 프로야구 홀드왕의 명성을 그대로 확인시켰다. 이재우는 두산 투수들 가운데 최다 출장인 65경기에 나섰다. 선발투수가 아님에도 팀 내 최다승인 11승을 챙겼고, 17개의 홀드와 2세이브를 기록했다. 그의 평균자책점은 1.55밖에 되지 않는다. 운동선수에게 군 복부는 ´무덤과 같다´고 하지만 이재우에게는 이같은 통념이 통하지 않았다. 그는 군대에 가기 전 그 모습 그대로였고, 시즌 내내 두산의 ´허리´를 믿음직하게 책임졌다. 20일 두산 마무리 훈련인 한창인 잠실야구장 내 웨이트 트레이닝장. 이재우는 이날 웨이트를 끝내고 선수 치료실에서 지난 12일 종기를 제거한 오른 무릎 뒤를 소독하고 있었다. ´인터뷰를 하자´고 하니 대뜸 "왜 나예요?"라고 한다. 팀 내 다른 스타 플레이어를 제쳐두고 왜 자신과 인터뷰를 하느냐는 이야기였다. 그런 그에게 올 시즌을 마친 소감을 물었다. 이재우는 "2년간 쉬고 왔기 때문에 아프지만 말고 시즌을 마무리하자는 생각으로 팀에 합류했다. 그런데 결과가 이렇게 좋게 나올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에게 2년이라는 공백은 큰 부담일 수밖에 없었다. 시범경기 때 만하더라도 그를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은 ´반신반의´였다. 본인 역시 그것을 잘 알고 있었고, 두려움도 있었다. 하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다시 야구를 할 수 있게 됐다는 ´설레임´이 더 컸다. 그래서 마음이 급했다. 마운드에서 자신을 나타내고 싶었다. 욕심을 부렸고, 시범경기에서 안정감과는 거리가 있는 피칭을 했다. 이재우는 당시를 떠올리며 "마음이 급했다. 무조건 잘 해야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꽉 매웠다"고 털어 놓았다. 그런 그를 바라보던 윤석환 투수코치가 충고했다. ´욕심을 버려라´라고. 이재우는 코치 말대로 마음을 비우고 하체 밸런스에 초점을 맞추고 개막을 준비했다. 공을 던졌다. 마음을 비우니 마음 먹은대로 공은 꽂혔다. 김경문 감독도 그에게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부담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패전처리 임무를 맡겼다. 그는 "부담 없는 경기에서 한 두 경기를 잘 던지고 나니 자신감이 생겨났다. 이후 마운드에서 공만 확실히 던지자고 마음먹으니까 경기가 잘 풀려 나갔다"고 말했다. 해외파 김선우의 부진, 게리 래스의 갑작스런 자진 퇴출, 김명제의 부상 등, 두산 선발진은 올 한해 끊임없는 악재에 시달렸지만 이재우가 구세주 역할을 했다. 시속 140km 후반까지 찍히는 묵직한 직구에 예리한 슬라이더 그리고 결정구인 반포크볼로 무장한 그는 ´승리 징검다리´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11승을 올렸다. 이재우는 겸손하다. 올해 거둔 많은 승리를 타자들에게 돌렸다. 그는 "타자들이 많이 도와줬다. 내가 2-3이닝 막아 주면 타자들이 곧바로 점수를 내줬고, 이로 인해 승리투수가 될 수 있었다"고 겸손해 했다. 올 시즌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를 물었다. 그는 "아무래도 삼성과의 플레이오프였다"고 대답했다. 이재우는 삼성과의 플레이오프에서 4경기에 등판, 2세이브 1홀드와 평균자책점 1.80(10이닝 2자책)으로 호투했다. 그러나 한국시리즈는 미련이 많이 남는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3차전에서 최정에게 뼈아픈 결승 홈런을 내줬고, 1-1로 균형을 이뤘던 시리즈 전적은 이후 급격히 SK 쪽으로 기울었고,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두산은 챔피언 자리를 내줘야 했다. 09 시즌에 대해 그는 "물론, 내년 시즌에는 더 잘 하고 싶다. 좋은 기억을 가지고 1년을 마무리 한 만큼 내년 시즌에도 변함없이 활약하는 것이 목표다"고 대답했다. 절정의 구위를 과시한 이재우. 마운드의 핵심 투수로 자리매김한 이재우가 있어 든든하기만한 두산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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