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수감독,“한국축구,불법도박안전지대아니다”

입력 2008-11-24 13: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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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 불법도박 안전지대 아니다!" 중국 프로축구 베이징 궈안을 지도하고 있는 이장수 감독(52)이 최근 국내에서 벌어진 ´축구 승부조작´ 사건에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리그 일정을 마친 뒤 마무리 훈련에 한창인 이 감독은 24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뉴시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축구선수가 연루된 승부조작 사건이 한국에서 일어났다니 지도자로써 참으로 안타까운 심경이다. 실체가 드러났을 때 강도높은 수사로 뿌리를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2일 서울 용산경찰서는 브로커를 통해 중국 도박업자에게 돈을 받고 승부를 조작한 혐의(업무방해 등)로 K3리그 소속 축구선수 이모씨(28)를 구속하고, 김모씨(29)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또한 중국 도박업자와 선수들 사이에서 중개이익을 챙긴 김모씨(34) 등 브로커 2명도 구속했다. 경찰은 "중국 도박업자가 실시간으로 국내 경기 생중계를 보면서 실시간 베팅이 가능한 인터넷 도박 사이트를 운영했고, 승부를 조작했다"며 "중국 도박업자와 브로커가 경기 중 계속 통화를 하면서 ´몇 점을 더 (상대팀에) 내 주라´는 식으로 점수까지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도박판과 연계된 승부 조작 범죄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두 리그의 전 구단을 상대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감독은 "승부조작 사건이 일어났다고 하더니 정말인가?"라고 물으며 "수사까지 진행이 되고 있다면 구단과 선수를 유혹하는 도박업자들의 실체를 확실하게 파헤쳐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렇듯 이 감독이 큰 우려를 나타내는 이유는 중국에서 오랜 지도자 생활을 거쳐오며 얻은 경험 때문이다. 1998년 충칭 리판 지휘봉을 잡은 이 감독은 칭다오, 베이징 등을 거치며 중국 도박업자들로부터 숱한 유혹을 받았지만 모두 뿌리치며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중국 축구계에 각인시켰다. 대표적인 사건으로는 충칭을 이끌며 칭다오 원정을 떠났을 당시, 숙소를 찾아온 도박업자가 선수 몇명을 출전시키지 말라며 100만 위안(약 2억 2000만원)을 제시하자 3000만 위안(약 66억원)을 주면 응하겠다고 대답, 제안에 응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우회적으로 표현하며 그를 쫓아버린 일이다. 도박업자는 신변에 위협을 가하겠다며 협박했지만, 이 감독은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었다. 이 감독은 "도박업자들은 대부분 금전적인 이익을 보장하겠다는 달콤한 말로 축구팀과 선수들을 유혹한다"며 "문제는 이런 유혹들이 확산돼 리그 전체로 퍼지면 개인의 파멸은 물론 축구판 전체가 깨진다는데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말레이시아 축구는 한때 아시아 수위급의 실력을 자랑했지만 불법도박이 기승을 부려 지금은 변방으로 밀려났다. 얼마전 싱가포르에서도 도박과 연계한 승부조작을 벌인 선수들이 무더기 구속됐다. 중국 축구계 역시 오래전부터 만연한 프로축구 불법도박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으며, 이제는 사회적 문제로 번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축구경기를 놓고 소규모 금액을 베팅하는 문화는 일확천금을 노리는 것이 아닌, 축구를 관전하는 재미를 부가시키는 수단으로 유럽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오래전부터 이어져 오고 있다. 축구 뿐만 아니라 각 스포츠 종목 등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토토´는 오래전부터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아왔고, ´윌리엄힐´, ´레드브록스´, ´Bet365´, ´맨션´ 등 인터넷 상에서 관련법규에 근거해 진행되는 베팅도 성황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중국 및 태국, 말레이시아 등 주로 동남아시아권에서 오래 전부터 성행해온 불법도박은 최대 수십억원의 돈이 오가며 경기의 승패를 조작하는 것은 물론, 심지어 감독 및 선수들에게까지 직접적으로 압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잉글랜드축구협회(The FA)가 챔피언십리그(2부리그) 더비카운티-노리치시티전에 아시아계 불법도박조직이 연루, 승부를 조작했다는 혐의를 잡고 조사를 하고 있다. 특히 오래 전부터 축구를 매개로 이뤄진 점조직 형태의 불법도박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중국은 자국리그 뿐만 아니라 잉글랜드, 스페인, 이탈리아, 독일 등의 프로리그를 생중계로 지켜보며 수십억원대의 판돈을 걸고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이들이 폭력조직과 연계, 자신들의 지시를 따르지 않은 선수들에게 상해를 입힌 사건이 실제로 일어났다는 점이다. 이 감독은 "K3리그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내셔널리그나 K-리그도 더 이상 안전하다고 볼 수는 없다"며 경찰이 이번 사건을 단발성 수사로 끝내면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중국 프로리그에서는 불법도박에서 발을 떼지 못한 한 선수가 칼에 찔려 중상을 입고, 선수생명이 끝난 일도 있지만 모두 쉬쉬하고 있다. 한국도 이런 일이 벌어지지 말라는 법은 없다"고 깊은 우려를 표했다. 한편, 이 감독이 이끄는 베이징은 올 시즌 13승10무5패 승점 49점을 기록, 리그 3위를 차지하며 내년 확대개편되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확보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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