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천이도 가고, (홍)성흔이도 가고, (안)경현이는 떠나고.’
롯데의 전격적인 홍성흔 영입에 두산은 당황한 표정이 역력하다. 두산 한 관계자는 27일 홍성흔의 롯데 입단이 발표된 뒤 “다 가네. 이젠 뭘로 먹고 살아야 하나”라며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두산은 우선협상기간에 홍성흔과 적잖은 금액 차이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그러나 다른 구단과의 협상 기간이 시작되고 수일이 지났음에도 이렇다할 소식이 들리지 않자 ‘다시 두산 품으로’ 올 것을 확신하고 있던 터에 ‘날벼락’을 맞았다.
일본 진출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는 또 다른 중심타자 김동주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도 그래서다.
두산은 역대 FA시장에서 다른 팀에 선수만 ‘빼앗긴’ 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 지난해 김동주에게 4년간 총액 62억원을 제시했지만 김동주가 1년 계약을 고집했고, 안경현(2002년 4년간 총액 15억원) 등을 잔류시킨 적은 있지만 역대로 두산이 다른 팀 FA를 영입한 적은 한번도 없다.
두산은 ‘저비용 고효율’을 대표하는 합리적인 구단이기도 하지만 팬들 사이에서 아직까지 ‘짠 구단’으로 인식돼 있는 것도 어느 정도 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올 해 이혜천을 일본 야쿠르트에, 홍성흔을 롯데에 내준 두산은 2006년 말 팀의 에이스였던 박명환을 ‘한 지붕 두 가족’인 옆집 LG에 4년간 총액 40억원의 조건으로 빼앗겼다.
일본 진출에 뜻을 두고 있던 박명환은 우선 협상기간 동안 이렇다하게 두산과 접촉하지 않았지만 일본행이 사실상 어려워지자 국내 잔류를 전격 선언했고, LG는 ‘기다렸다는 듯’ 박명환에게 거금을 쏟아부었다.
두산도 뒤늦게 ‘우리도 그 만큼 준비하고 있었다’고 했지만 이미 떠난 박명환의 마음을 돌리진 못했다. 2003년 말 롯데로 옮긴 정수근 역시 ‘두산의 FA 이탈사’를 장식하고 있는 또 다른 인물이다.
올 시즌 중반 물의를 일으켜 현역에서 떠나있지만 그는 2003년 말, 6년간 총액 40억6000만원을 받고 두산을 떠나 롯데에 둥지를 틀었다.
김도헌기자 dohon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