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향력 유지´vs´축구 사랑´
정몽준 대한축구협회(KFA, 이하 축구협회)회장이 향후 자신이 산하 연맹 회장직을 맡고 싶다는 뜻을 나타난데 대해 이를 놓고 축구계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정 회장은 10일 오전 9시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2008 축구협회 지도자 세미나에 참석해 "기회가 된다면 몇년 후 축구협회장직은 아니고 각급 연맹 회장직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회장 취임 후 개인적으로 가장 잘 했다고 생각하는 일 중 하나는 유소년 및 각급 학원축구의 연중리그제 도입과 내셔널리그, K3리그의 설립 및 발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회장의 이야기대로 축구협회는 2000년대 들어 유소년 및 학원, 성인축구에 대한 리그제 확립에 의욕적으로 매달렸다.
그 결과, 실업축구 내셔널리그(12팀)와 아마추어리그인 K3리그(15팀)가 설립됐고, 각각 100여개가 넘는 유아 및 초등학교 축구팀들도 연중리그제에 참가해 실력을 겨루고 있다.
축구협회는 ´공부하는 중고교 축구선수´를 만들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대학축구는 연중리그제인 U-리그를 올해부터 시작했다.
그러나 내년 1월의 제51대 축구협회장 선거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정 회장의 이날 발언이 적절했는지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조중연 축구협회 부회장과 허승표 한국축구연구소 이사장이 차기 회장 자리를 놓고 사실상 2파전을 벌이고 있다.
두 사람 모두 공식적인 출마 선언은 하지 않았지만 축구계 안팎의 분위기를 보면 회장 선거의 윤곽은 어느 정도 드러난 상태다.
이런 가운데 허 이사장 측의 축구연구소와 축구지도자협회의 관계자들이 지난 달 유성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일선 지도자들에게 금품을 준 일이 드러나 구설수에 오르는 일이 발생했다.
또한 대학연맹 회장 선거에서 조 부회장의 측근인 변석화 회장이 허 이사장 측의 후보인 이용수 교수를 꺾고 연임에 성공했고, 고등연맹 회장선거도 조 부회장 측 인사의 승리로 돌아가는 등 판세는 조 부회장 측으로 급격히 기우는 형국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정 회장의 발언이 현재의 판도를 염두에 두고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하기도 했다.
익명을 전제로 한 전문가는 "좋게 해석하면 15년 동안 축구협회에서 일해 온 정 회장이 퇴임 후 유소년 발전을 위해 일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산하 연맹 회장직 출마 선언을 했다면 미묘한 면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판세가 이대로 굳어진다면 조 부회장이 협회장직에 오를 것이 유력하다. 이후 정 회장이 몇년 후 산하 연맹에 들어가게 된다면 직간접적으로 협회 행정에 영향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가삼현 축구협회 사무총장은 "그동안 정 회장이 축구계에 보여준 애정에 비춰보면 산하 연맹 회장 출마 의욕을 이해할 수 있다"며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해외의 지도자들도 퇴임 후 여러가지 봉사를 하며 자신의 역할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며 "정 회장 같은 분이 유소년 또는 여자축구 등 성인축구에 비해 관심을 덜 받는 단체의 수장이 된다면 큰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