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문과 16m 이내에서 시도하는 공격의 골 성공률은 93%에 이른다." "역습의 42.9%는 센터서클에서 시작한다." 대한축구협회(KFA, 회장 정몽준, 이하 축구협회) 초빙강사로 한국땅을 밟은 리처드 바스 잉글랜드축구협회(The FA) 및 국제축구연맹(FIFA) 강사는 준비한 자료를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 600명의 지도자들은 선진축구에서 드러난 자료들을 훓어보며 각기 자신만의 축구색깔을 어떻게 낼까 고민하는 눈치였다. 축구협회는 10일 오전 9시부터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2008축구협회 지도자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두 번째 강사로 연단에 나선 바스는 2008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08)를 중심으로 각 팀의 득점루트와 득점방법, 볼 소유 등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설명했다. 가장 관심을 끌었던 대목은 득점 지역에 관한 설명이었다. 그의 자료에 따르면 골문에서 16.5m 떨어진 지역에서 이뤄지는 득점의 비율은 92%, 페널티박스 부근에서의 득점 성공률은 93.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득점의 68%가 4회 이하의 패스 후 이뤄졌으며, 3명 이하의 공격수가 페널티박스 안에 있을 때 득점의 70%가 이뤄졌다. 최근 조명받고 있는 원터치 플레이에 이은 득점 성공률도 84%에 달했다. 바트는 "모든 공격은 우세한 볼 점유율에서 출발한다. 볼을 상대팀에 비해 더 많이 점유하면 패배확률을 80%까지 낮출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축구의 전술적 형태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유로2008에 출전한 16개국은 대개 자기 진영 깊숙히 내린 포백과 지역방어를 사용했으며, 50%의 팀이 원톱 스트라이커와 2선 공격수를 두었다는 것도 드러났다. 4-4-2 포메이션을 바탕으로 유기적인 2선 침투를 강조하는 허정무호의 전술과도 맥을 같이하는 부분이다. 우승팀 스페인은 상대공격 차단 후 전개한 중거리 패스 성공률이 81.3%에 달해 수비시에도 역습을 염두에 둔 전술을 펼쳤다는 것과, 이로 인해 매 경기당 2골 이상씩을 넣었다는 것 등을 설명했다. 당시 화제를 모았던 빠른 역습에 이은 공격은 42.9%가 센터서클 부근에서 이뤄져 경기장 전체에서 이뤄지는 압박전술보다 초반부터 상대를 강하게 밀어붙이는 점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웠다. 결국 중원에서의 강한 압박으로 상대방의 공을 뺏은 뒤, 신속한 패스연결로 상대 골문에 가장 근접한 지역까지 침투해 득점하는 것이 가장 높은 득점 가능성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허정무 축구국가대표팀 감독 및 코칭스태프들은 바트 강사의 강연을 유심히 받아 적으며 2010남아공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 대한 묘수찾기에 골몰하는 모습이었다. 세미나 사회를 맡은 조영증 축구협회 기술교육 국장은 "바트 강사가 분석한 유로2008 자료는 일선 지도자 및 한국축구가 그동안 안고 있던 문제점을 과연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를 시사하는 것"이라고 평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