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특급´ 박찬호가 필라델피아에 새 둥지를 틀었다.
박찬호(35)는 15일(이하 한국시간) 오후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입단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박찬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1년 동안 기본 연봉 250만 달러에 도장을 찍었다고 밝혔다. 만약 박찬호가 내년 시즌 27경기 이상 선발 등판해 170이닝 이상을 소화할 경우, 연봉은 500만 달러까지 치솟는다.
박찬호의 필라델피아행을 숫자로 풀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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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델피아는 08시즌 월드시리즈를 제패한 팀이다.
지난해 1993년 이후 14년만에 리그 동부지구 우승을 차지한 필라델피아는 올해 지구 2연패를 일궈낸 후 여세를 몰라 월드시리즈 우승트로피까지 들어올렸다.
에이스 콜 해멀스(25)를 비롯해 2선발 브렛 마이어스(28), 16일 재계약을 매듭지은 제이미 모이어(46), 지난 시즌 중반 오클랜드에서 이적해 내셔널리그 적응을 마친 조 블랜튼(28)으로 이어지는 좌-우-좌-우 선발로테이션은 짜임새와 견고함을 고루 갖췄다는 평가다.
여기에 홈런왕 라이언 하워드(29), 파워와 정교함, 수비력을 고루 갖춘 체이스 어틀리(30), 지난 해 시즌 MVP 지미 롤린스(30)가 이끄는 타선은 메이저리그에서 손꼽히는 공격력을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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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시즌 풀타임 선발투수를 노리고 있는 박찬호의 잠재적인 선발 경쟁 상대는 3명으로 좁혀진다.
가장 강력한 선발 후보는 카일 켄드릭(24)이다.
지난해 빅리그에 데뷔한 그는 데뷔 첫 해 20경기에 등판, 10승4패 평균자책점 3.87의 준수한 성적을 올렸다. 하지만 올해 켄드릭은 지난 해보다 1승을 더보태 11승을 기록했지만 투구 내용은 실망스러웠다.
올시즌 평균자책점은 무려 5.49에 이르렀고, 9월 들어 극심한 난조에 시달리 결국 포스트시즌 로스터에서 제외되는 아픔을 맛봤다.
또 다른 경쟁 상대는 애덤 이튼(31)이다.
2007시즌을 앞두고 필라델피아와 3년간 2400만 달러의 계약을 맺은 이튼은 계약 첫해 10승을 올렸지만 평균자책점이 6.29에 이를 정도로 난타를 당했다.
올해도 개막전 선발투수의 임무를 받았으나 4승 8패 평균자책점 5.80으로 부진했고, 7월 28일 애틀랜타전을 끝으로 빅리그 마운드에 서지 못했다.
시즌 막판 눈부신 피칭을 선보인 좌완 J.A. 햅(26)도 빼놓을 수 없는 선발 후보로 손꼽힌다.
시즌 중반 빅리그에 합류한 햅은 시즌 막판 선발 등판한 두 경기에서 눈부신 호투로 팀 포스트시즌진출에 일조했다.
9월 성적은 5경기 등판(2차례 선발) 1승 무패 평균자책점 2.41이다.
이밖에 유망주 카를로스 카라스코(21)도 내년 스프링캠프에서 선발후보군에 포함될 예정이지만 트리플A에서 시즌을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
▲5.64
내셔널리그 동부지구에 속한 필라델피아에 합류한 박찬호는 이제 같은 지구 팀들과 많은 맞대결을 펼쳐야 한다.
박찬호는 빅리그 통산 필라델피아를 제외한 동부지구 4개 팀을 상대로 어떤 피칭을 선보을였까.
박찬호는 애틀랜타와 플로리다 말린스에 고전했다.
박찬호는 애틀랜타를 상대로 통산 17경기에 등판, 5승4패 평균자책점으로 5.64으로 신통치 않았다.
플로리다 말린스와도 15경기에 등판, 4승3패 평균자책점 5.13으로 부진했다.
반면, 뉴욕 메츠전에는 상당히 강했다. 박찬호는 메츠를 상대로 통산 5승을 거뒀으며 평균자책점은 2.44를 기록했다.
2.44의 평균자책점은 밀워키(2.40)에 이어 내셔널리그 팀 최저 평균자책점이다.
▲6
필라델피아는 박찬호에게 6번째 팀이다.
1994년 다저스에 입단한 박찬호는 1996년부터 풀타임 빅리거로 활약하며 2001년까지 다저스에서만 80승을 올렸다.
2002시즌을 앞두고 FA 자격을 갖춘 그는 텍사스와 5년간 6500만 달러의 천문학적인 금액에 계약을 맺었지만 이후 잦은 부상에 시달리며 고전했다.
2005시즌 중반 트레이드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박찬호는 2007년 뉴욕 메츠와 계약을 맺었지만 1경기에 선발등판하는 데 그친 뒤 방출됐다.
곧바로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고 재기를 노린 박찬호는 끝내 빅리그에서 부름을 받지 못했다.
2007년 겨울, 다저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은 박찬호는 올 시즌 전성기 때의 구위를 되찾고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54경기에 등판, 4승4패 평균자책점 3.40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41
필라델피아의 뒷문은 매우 견고하다.
필라델피아 수호신 브래드 리지(31)는 정규시즌 41세이브를 기록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블론세이브를 기록하지 않았다.
포스트시즌에서도 리지는 9경기에 등판, 무려 7번의 세이브를 챙겨 월드시리즈 제패에 있어 일등공신이다.
이번 포스트시즌 평균자책점은 0.96이다.
여기에 라이언 매드슨(28)-채드 더빈(31)-클레이 콘드리(33) 이어지는 리그 최고의 철벽 셋업맨도 버티고 있다. 리드를 한번 잡으면 좀처럼 역전하기 힘든 팀이 필라델피아다.
▲117
현재 박찬호는 빅리그 통산 117승을 기록 중이다.
노모 히데오(일본, 은퇴)가 기록한 동양인 최다승수인 123승에 6승차로 다가선 상태. 만약 박찬호가 필라델피아 선발진에서 한 자리를 꿰찰 경우, 동양인 최다 승리 신기록 수립은 따 놓은 당상이다.
▲214
필라델피아는 지난 시즌 214개의 홈런을 때려내 리그 팀 홈런 1위에 올랐다.
팀 타율(0.255, 10위)은 별로지만 막강한 홈런포로 무장한 필라델피아는 팀 타점 2위(762점), 득점 공동 2위(799점)에 올라 있다.
롤린스-어틀리-하워드- 라울 이바네스로 이어지는 타선은 막강하다.
지난 시즌 23홈런을 때려낸 팻 퍼렐의 공백이 아쉽지만 이바네스로 공백을 최소화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