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워싱턴 DC의 버라이즌 센터에서 벌어진 NBA 시카고 불스-워싱턴 위저즈전을 관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널리 알려진대로 시카고 불스 팬이다. 경기 후 호사가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백악관에 입성했으면 워싱턴 DC의 프랜차이즈 워싱턴 위저즈를 응원해야지 아직도 시카고 불스를 응원하고 있다며 비난했다. 보통 미국 대통령은 자신이 지지하는 팀이 있지만 중립적인 태도를 취한다. 그러나 스포츠에 유달리 관심이 많은 오바마 대통령은 노골적으로 특정 팀을 지지한다. 지난 슈퍼볼 때도 오바마 대통령은 피츠버그 스틸러스를 응원했다. 이번에도 원정팀 시카고 불스를 응원해 워싱턴 DC와 볼티모어의 위저즈 팬들을 실망시켰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학풋볼의 플레이오프 도입을 강력히 주장할 정도로 스포츠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대통령이 스포츠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은 선수뿐 아니라 관계자들에게 큰 힘이 된다. 한국은 프로 팀이 정상을 차지해도 청와대를 방문하지 못한다. 미국은 프로 팀뿐 아니라 대학 팀도 NCAA 정상에 오르면 백악관을 방문해 대통령을 만나는 게 전통으로 돼 있다. 스포츠는 국력이다. 미국에서 대통령은 최고 1인자라는 의미에서 ‘퍼스트’로 통한다. 따라서 스포츠에서도 대통령은 ‘퍼스트 팬’이 된다. 미국이 스포츠 강국이 된데는 역대 대통령들의 스포츠 사랑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ESPN 매거진이 소개한 ‘퍼스트 팬’들의 스포츠와 얽힌 일화를 살펴본다. ○위험한 골프 티업 제18대 율리세스 그랜트 대통령은 영국에서 벌어진 골프 전람회에서 골프 시범을 보이다가 번번이 헛스윙을 했다. 그랜트 대통령은 스윙을 하기 전 “나는 항상 골프가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을 안다”고 했다나. 1995년 캘리포니아 라퀸타에서 벌어진 봅 호프 클래식에 코미디언 봅 호프와 빌 클린턴, 제럴드 포드, 조지 H W 부시(아버지) 등 3명의 전 현직 대통령이 라운딩을 펼쳤다. 미국 골프 사상 3명이 대통령이 라운딩하기는 처음. 빌 클린턴의 티샷은 골프장 이웃의 마당에 떨어졌다. 포드 대통령의 티샷은 미스샷이 되면서 구경중인 갤러리를 맞혔다. 이후 봅 호프는 “골프 코스에서 제럴드 포드 대통령을 찾기는 매우 쉽다. 다친 사람을 찾으면 된다”고 조크를 던졌다. 부시 대통령의 티샷에도 한 팬이 맞아 머리에 상처를 입었다. ○만만하게 봤다가 큰코 다친 볼링 오바마 대통령의 농구 실력은 뛰어나다. 옥시덴탈 칼리지 재학 때 ‘주니어 바서티(대학 2군팀)’에서 활약할 정도였다. 그러나 볼링은 수준 이하. 지난해 대통령 선거 펜실베이니아 유세중 짬을 내 볼링을 쳤는데 7플레임을 마친 스코어는 37에 불과했다. 조지 H W 부시 대통령도 1984년 대통령 유세 때 볼링 시범을 보이다가 엉덩방아를 찧은 적이 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예일대 야구부 주장을 역임했다. 하지만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볼링 수준은 거의 프로급이었다. 1969년 백악관에 볼링대를 설치해놓고 틈만 나면 볼링으로 스트레스를 풀었다. ○야구는 국민여가선용 1885년 그로버 알렉산더 대통령은 메이저리그 경기 초청장을 받았다. 그러나 “내가 한가하게 야구경기나 보러 간다면 미국 시민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나”라며 비서를 통해 경기장 초청을 거절했다. 알렉산더 대통령은 1888년 대통령 선거에서 벤자민 해리슨에게 패했다. 알렉산더 전임 대통령을 의식한 해리슨은 미국 대통령 사상 최초로 재임중에 야구장을 찾았다.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은 제2차 세계대전 중에도 메이저리그 게임이 진행되도록 배려했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케네소 마운틴 랜디스 커미셔너에게 “쇼는 계속 진행돼야 한다”며 경기 중지를 막았다. 메이저리그는 지난 2000년 9.11 테러 때 일시적으로 경기를 중단했다. 랜디스 커미셔너는 대통령의 말에 힘을 얻어 이후 야간경기를 더 늘려 공장 일을 마친 노동자들이 게임을 볼 수 있도록 했다. ○대통령의 훈수와 압력 닉슨 대통령도 풋볼광이었다. 특히 워싱턴 레드스킨스의 열렬한 팬이었고 조지 알렌 감독과는 절친한 친구 사이였다. 당시 NFL은 관중동원을 위해 홈경기는 중계방송이 차단된 시절이었다. 닉슨 대통령은 캠프 데이비드 산장에서 레드스킨스 홈경기를 관전했다. 1971년 샌프란시스코 49ers와의 플레이오프가 벌어지기 전 닉슨 대통령은 알렌 감독에게 한가지 작전을 제안했다. 플랭커(타이트엔드)에게 반대편으로 돌아볼 것을 주문한 것. 이 플레이 결과는 13야드 후퇴였다. 캘빈 쿨리지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베이브 루스가 피칭을 포기한 것은 큰 실수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루스는 타자로 대성공을 거뒀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마스터스가 열리는 조지아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 멤버였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에게는 17번홀(파4)의 티박스 210야드 페어웨이에 위치한 소나무가 항상 장애물이었다. 1956년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클럽 관리자들의 모임 때 이 나무를 자르는 게 어떻겠냐고 은근히 압력을 가했다. 하지만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은 모임을 연기하면서 나무자르는 것을 요리조리 피했다. 지금 그 나무는 ‘아이젠하워 트리’로 불린다. 린든 B 존슨 대통령은 친구인 택사스대 풋볼감독 대렐 로열에게 흑인 선수들도 스카우트할 것을 조언했다. 흑인이 풋볼에서 본격적으로 주전에 기용되기는 60년대 후반부터다. LA|문상열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