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원수첩]이기고얼굴붉힌호날두·퍼거슨

입력 2009-05-12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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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겼지만 퍼거슨의 마음은 무겁기만 한 한판이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는 10일(한국시간) 올드 트래포드에서 맨체스터시티(이하 맨시티)를 상대로 자신들이 왜 챔피언인가를 여실히 보여줬다. 킥오프 전만 해도 ‘역대 151번째 맨체스터 더비를 맞아 유럽과 잉글랜드의 챔피언은 맨유지만 맨체스터의 챔피언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는 분위기까지 감지됐다. 올드 트래포드는 원정팀에 따라 구장의 안전경계등급이 달라지는데 가장 높은 경고등급적용으로 비상이 발령될 때는 전통의 라이벌 리버풀과 바로 맨시티가 방문할 때다. 그만큼 맨체스터의 지역 더비 자존심 싸움은 뜨겁다. 더구나 지난 시즌 맨시티가 더블을 달성한 맨유를 2번이나 꺾으며 자존심을 건드렸기에 양팀의 충돌을 예상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맨시티 서포터스는 맨유가 이번 경기에서 미끄러지기를 바라는 뜻으로 바나나를 들고 응원전을 펼치기도 했다. 그러나 맨유는 전반에 터진 호날두의 시즌 26번째 골과 테베스의 추가골로 일찌감치 승부를 결정했다. 퍼거슨은 후반 13분 호날두와 박지성을 체력 안배를 위해 불러들이고 루니와 스콜스를 투입하는 여유를 보였다. 그러나 호날두는 어금니를 꽉 깨물고 퍼거슨을 등진 채 자신의 불만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잔뜩 화난 표정으로 벤치로 나오던 호날두는 상의를 집어 던지는 등 신경질적 반응을 보여 기립박수를 치며 격려한 팬들을 놀라게 했다. 이후에도 호날두는 굳은 표정을 풀지 않은 채 고개를 저으며 퍼거슨이 자신을 교체한 것에 못마땅하다는 제스처로 후반전을 지켜봤고, 종료 후에도 말없이 벤치를 떠나 논란을 빚었다. 반면 박지성은 인터뷰에서 “선수 교체는 감독의 전권”이라며 선을 그었다. 현재 호날두에게는 ‘구단 차원의 징계가 따를 수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상황. 자력으로 리그 3연패까지 승점 4점을 남긴 퍼거슨이 잔뜩 뿔이 난 테베스와 호날두를 두고 고민하는 한주가 될 것 같다. 맨체스터|전홍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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