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우승을 잃고 미래를 얻다”

입력 2009-10-2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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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프로야구 한국시리즈 7차전 KIA타이거즈 대 SK와이번스의 경기가 2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5:5 동점 상황 9회말 1사, KIA 나지완이 SK 마무리 투수 채병용을 상대로 결승 솔로 홈런을 날리며 경기를 끝내자 SK벤치엔 적막이 흐르고 있다.
잠실 |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SK, 2009 PS결산
우승이냐 선수보호냐 고민 또 고민

김광현 등 부상선수 PS명단 제외

“4연패 해도 좋다”… 미래 내다봐

KS 4차전 이후 불펜진 고갈 눈물

포기없는 SK 패배는 아름다웠다



‘선수보호 우선주의’
SK는 ‘시지푸스의 신화’를 연상시킨다. 끝없이 바위를 산 위로 올려야만 되는 운명. 단 한번이라도 실패하면 그들 손엔 아무 것도 남지 않는 현실.

SK는 홍군(紅軍)이었다. 대장정의 종착역은 한국시리즈(KS) 3년 연속 우승. 그러나 정규시즌, 그리고 KS 연속으로 정상 일보직전에서 KIA에 막혔다.

마키아벨리의 경구를 빌리자면, SK는 실패했지만 ‘미움 받을지언정 경멸받진 않게’ 처신했다. 우승을 잃고 미래를 얻은 창조적 실패였다.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박경완이, 김광현이 없었다. 송은범, 전병두까지 빠졌다. 그렇게 2번을 졌다. 그러나 3연승으로 엎었다. 박정권이 SK를 구원했다. 마운드는 수술, 군 입대를 앞둔 채병용, 윤길현이 인간 정신의 한계 없음을 증명했다.

단 하루만 쉬고 광주로 내려가 KIA와의 KS. 이 시점부터 어쩌면 SK의 상대는 KIA가 아니라 SK였다. 김성근 감독 입에서 “우승과 선수 보호 차원에서 고민하고 있다”란 말이 나왔다. “4연패 하더라도 좋으니 아픈 투수들은 아프다고 해라. 안 쓴다”고도 했다. 김광현, 전병두는 그렇게 ‘보호’됐다. 2년 연속 우승이 안겨다준 안정감이자 내년 이후를 바라본 장기적 포석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미세한 심리적 틈새가 KS 기간 내내 SK의 운신 폭을 좁혔다. 김 감독은 1차전부터 선발 카도쿠라의 투구수를 배려했다. 그러다 뒤집혔다. 김 감독은 “1차전이 가장 아쉬웠다”고 고백했다. 원래 탐색전 차원에서 1차전에 송은범을 내고 패배를 각오했는데 이것도 못했다. 송은범의 상태를 확신하지 못해서였다. 결국 송은범은 2차전 선발로 나왔고, 예상을 뛰어 넘는 역투를 펼쳤지만 역시 김 감독은 투구수부터 생각했다.

어깨 통증만 없었다면 SK의 3차전 선발 글로버는 1차전에 나섰을 것이다. 글로버는 “불펜이라도 던지겠다”고 했지만 김 감독이 막았다. 3차전 글로버, 4차전 채병용의 투지로 2승2패 반전 계기를 마련했지만 불펜진이 고갈됐다. 특히 김 감독이 거의 맹신에 가깝게 신뢰했던 고효준이 고비마다 해주지 못했다. 7차전까지 SK 불펜진의 실점은 전체의 80%%에 달했다. 이 지점에서 SK는 SK가 아니었다. 타선 역시 해줘야할 타자들이 막히자 재간이 없었다.

사실상 5차전 ‘난장 패배’ 후 대세는 KIA로 넘어갔다. 패배를 직감한 김 감독은 5차전 직후 담당기자들과 ‘송별회’를 열었다. 그러고도 기적처럼 7차전 9회말 1아웃까지 SK는 버텼다. “역경이 밀려와도 악착같이 포기하지 않는 SK야구”는 최선을 다한 패배의 숭고함을 보여줬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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