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없지만 먹는 것은 잘 먹였어요. 다른 구단에서 해태가 먹는 것을 부러워할 정도로 많이 잘 먹였습니다.”
최윤범(63) 전 해태 단장. 그는 한국 시리즈의 산 증인이다.
1983년 매니저부터 시작해 운영 과장과 운영 이사를 거쳐 단장까지 이르는 19년 동안 무려 9차례나 해태의 한국 시리즈 제패를 뒤에서 도왔다.
조선대 법학과를 나와 해태제과 총무과에서 주식 법률 분야를 담당하던 그를 야구단으로 이끈 건 정기주 전 해태 사장. 당시 단장이던 정 사장은 채씨가 ROTC 출신인 점을 높이 사 해태 타이거즈에 와서 3년 만 일하라고 했는데, 이게 그의 인생을 야구와 촘촘하게 엮어줄 줄 그 때는 몰랐다.
“애사심에서 출발해 애향심, 나아가 야구에 대한 애착이 생기더라고요. 또 승진하면 자리를 옮겨야 하는 데 김응룡 감독이 계속 필요하다고 해서 19년이라는 세월을 함께 하게 된 것 같아요.”
해태는 1980~1990년 대 선동열, 김성한, 한대화, 김일권 등 무수한 스타를 거느리며 한국 프로야구를 호령했다. 하지만 해태는 모기업에 돈이 많지 않아 타 구단에 비해 늘 팍팍한 살림살이를 했다. 운영 과장 시절부터 사실상 연봉 계약과 구단 살림을 직접 맡은 그의 고민이 시작되는 부분이다.
그에게는 이를 헤쳐 나갈 두 가지 원칙이 있었다. 그 하나는 풍족하게 먹이는 거다. “돈은 없어도 매일 고기를 먹였습니다. 야구는 장기 레이스고, 마라톤이에요. 초반 잘 해도, 여름과 가을 못하면 안돼요. 체력이 계속 좋아야 포스트 시즌도 가고, 좋은 결과가 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의무적으로 고기를 먹였어요. 원정이 반 인데, 원정 나가서 집 생각나면 안 되잖아요. 먹고, 자는 건 신경 안 쓰도록 했죠. 우리는 선수가 적어서 선수와 프런트를 합쳐 40인승 버스 한 대에 다 타고 다녔는데 한 번은 350만원어치 고기를 먹은 적도 있어요.”
1980년 대 1000만원 정도면 단독 주택 한 채를 살 수 있던 시절 얘기다. 고기를 먹이는 데 얼마나 아끼지 않았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광주구장에서 연습하다 5000원짜리 야구공이 구장 밖으로 넘어가면 반드시 찾아오게 할 정도 살림살이를 짜게 한 것을 생각하면 더욱 놀랍다.
또 다른 원칙은 정이다. 사실 연봉을 풍족하게 줄 수 없기에 더욱 선수들과의 정을 강조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내가 짜긴 짰어요. 어마어마하게 타이트 했죠. 파이는 똑같은데 누가 많이 먹으면 다른 사람에겐 적게 줄 수밖에 없으니까요. 우린 정으로 했어요. 돈 보다도 우승할 때 명예가 있고, 우승 보너스도 나간다는 사실이 중요했죠.”
그랬다. 가난한 구단 해태에는 돈 보다 중요한 명예가 있었다. 우승했을 때 광주 사람들은 선수들이 식당에 가면 밥값을 받지 않았고, 택시를 타면 택시비를 받지 않았다. 그런 게 바로 선수들의 자긍심과 자존심을 높였다.
해태가 ‘V9’을 이루는 데는 해태만의 체계적인 시스템도 한 몫 했다. 해태는 타 구단이 트레이너의 중요성을 모를 때 가장 먼저 선수들에게 의무적인 마사지를 제공하고, 선수들의 컨디션 유지에 만전을 기울였다.
이는 김응룡 감독의 철학에서 시작됐지만 프런트가 이를 잘 따라 더욱 시너지를 냈다. 야구단을 가진 타 기업에서 ‘해태를 배워라’는 주문이 나왔음은 눈을 감고도 알 수 있다.
그는 김응룡 감독에 대한 특별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많이 열악하기도 했지만 김응룡 감독이 고마운 건 꼭 선수들과 버스를 같이 타고 다닌 점이에요. 감독 차를 따로 타고 이동하는 감독들도 있었는데 그건 분명히 달랐죠. 김 감독은 선글라스를 쓰고 맨 앞자리에 앉아 선수들이 전날 술 마셨는지를 파악하고, 그런 선수들은 더욱 하드 트레이닝을 시켰죠.”
모기업의 부도로 해태의 마지막 단장이 된 그는 2009년 한국시리즈를 맞아 한 가지 바람을 드러냈다. 반드시 ‘V10’을 이루는 거다.
“내가 9번 하고, 10번 우승하는 것까지 보는 게 바람이었는데 해태가 없어져 꿈이 공교롭게 빛이 바랬어요. 하지만 KIA로 계속 가고 있으니까 이번에 꼭 우승해 광주 사람들에게 활력을 넣어 줬으면 좋겠어요.”
광주 | 이길상 기자 juna109@donga.com
최윤범(63) 전 해태 단장. 그는 한국 시리즈의 산 증인이다.
1983년 매니저부터 시작해 운영 과장과 운영 이사를 거쳐 단장까지 이르는 19년 동안 무려 9차례나 해태의 한국 시리즈 제패를 뒤에서 도왔다.
조선대 법학과를 나와 해태제과 총무과에서 주식 법률 분야를 담당하던 그를 야구단으로 이끈 건 정기주 전 해태 사장. 당시 단장이던 정 사장은 채씨가 ROTC 출신인 점을 높이 사 해태 타이거즈에 와서 3년 만 일하라고 했는데, 이게 그의 인생을 야구와 촘촘하게 엮어줄 줄 그 때는 몰랐다.
“애사심에서 출발해 애향심, 나아가 야구에 대한 애착이 생기더라고요. 또 승진하면 자리를 옮겨야 하는 데 김응룡 감독이 계속 필요하다고 해서 19년이라는 세월을 함께 하게 된 것 같아요.”
해태는 1980~1990년 대 선동열, 김성한, 한대화, 김일권 등 무수한 스타를 거느리며 한국 프로야구를 호령했다. 하지만 해태는 모기업에 돈이 많지 않아 타 구단에 비해 늘 팍팍한 살림살이를 했다. 운영 과장 시절부터 사실상 연봉 계약과 구단 살림을 직접 맡은 그의 고민이 시작되는 부분이다.
그에게는 이를 헤쳐 나갈 두 가지 원칙이 있었다. 그 하나는 풍족하게 먹이는 거다. “돈은 없어도 매일 고기를 먹였습니다. 야구는 장기 레이스고, 마라톤이에요. 초반 잘 해도, 여름과 가을 못하면 안돼요. 체력이 계속 좋아야 포스트 시즌도 가고, 좋은 결과가 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의무적으로 고기를 먹였어요. 원정이 반 인데, 원정 나가서 집 생각나면 안 되잖아요. 먹고, 자는 건 신경 안 쓰도록 했죠. 우리는 선수가 적어서 선수와 프런트를 합쳐 40인승 버스 한 대에 다 타고 다녔는데 한 번은 350만원어치 고기를 먹은 적도 있어요.”
1980년 대 1000만원 정도면 단독 주택 한 채를 살 수 있던 시절 얘기다. 고기를 먹이는 데 얼마나 아끼지 않았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광주구장에서 연습하다 5000원짜리 야구공이 구장 밖으로 넘어가면 반드시 찾아오게 할 정도 살림살이를 짜게 한 것을 생각하면 더욱 놀랍다.
또 다른 원칙은 정이다. 사실 연봉을 풍족하게 줄 수 없기에 더욱 선수들과의 정을 강조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내가 짜긴 짰어요. 어마어마하게 타이트 했죠. 파이는 똑같은데 누가 많이 먹으면 다른 사람에겐 적게 줄 수밖에 없으니까요. 우린 정으로 했어요. 돈 보다도 우승할 때 명예가 있고, 우승 보너스도 나간다는 사실이 중요했죠.”
그랬다. 가난한 구단 해태에는 돈 보다 중요한 명예가 있었다. 우승했을 때 광주 사람들은 선수들이 식당에 가면 밥값을 받지 않았고, 택시를 타면 택시비를 받지 않았다. 그런 게 바로 선수들의 자긍심과 자존심을 높였다.
해태가 ‘V9’을 이루는 데는 해태만의 체계적인 시스템도 한 몫 했다. 해태는 타 구단이 트레이너의 중요성을 모를 때 가장 먼저 선수들에게 의무적인 마사지를 제공하고, 선수들의 컨디션 유지에 만전을 기울였다.
이는 김응룡 감독의 철학에서 시작됐지만 프런트가 이를 잘 따라 더욱 시너지를 냈다. 야구단을 가진 타 기업에서 ‘해태를 배워라’는 주문이 나왔음은 눈을 감고도 알 수 있다.
그는 김응룡 감독에 대한 특별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많이 열악하기도 했지만 김응룡 감독이 고마운 건 꼭 선수들과 버스를 같이 타고 다닌 점이에요. 감독 차를 따로 타고 이동하는 감독들도 있었는데 그건 분명히 달랐죠. 김 감독은 선글라스를 쓰고 맨 앞자리에 앉아 선수들이 전날 술 마셨는지를 파악하고, 그런 선수들은 더욱 하드 트레이닝을 시켰죠.”
모기업의 부도로 해태의 마지막 단장이 된 그는 2009년 한국시리즈를 맞아 한 가지 바람을 드러냈다. 반드시 ‘V10’을 이루는 거다.
“내가 9번 하고, 10번 우승하는 것까지 보는 게 바람이었는데 해태가 없어져 꿈이 공교롭게 빛이 바랬어요. 하지만 KIA로 계속 가고 있으니까 이번에 꼭 우승해 광주 사람들에게 활력을 넣어 줬으면 좋겠어요.”
광주 | 이길상 기자 juna1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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