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 피플] 네덜란드 연수 김학범의 쓴소리

입력 2009-11-0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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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범 전 성남 감독은 네덜란드에 머물면서 PSV 에인트호벤 등 선진 구단들의 훈련과 경기를 지켜보며 견문을 넓히고 있다. 김 감독은 네덜란드에는 연구하는 지도자들이 많다며 국내 지도자들도 끊임없이 공부하고 연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스포츠동아 DB]

“벌금이 세서 한국처럼 막 밟을 수도 없고 말이야. 안전운전하고 있어. 허허.”

지난 달 말 어느 날 오후 5시. 네덜란드 시간 오전 9시. 이른 시간이 아닐까하는 우려도 잠시, 수화기 너머 들려오는 김학범(49) 전 성남 일화 감독의 목소리는 카랑카랑했다. 아침식사를 마친 뒤 렌터카를 직접 몰고 암스테르담 숙소에서 1시간 20여 분 떨어진 PSV에인트호벤 훈련장에 가는 길이라고 했다. 김 감독은 작년 11월 성남 지휘봉을 놓으면서 1년의 축구공부 플랜을 세웠다. 감독생활을 하면서 그동안 바쁜 일정 때문에 가보지 못했던 축구 선진국을 이 기회에 맘껏 돌아보겠다는 생각에서다. 이미 올 초 3개월 일정으로 브라질을 다녀왔고 잠시 국내에서 휴식을 취한 뒤 일본과 중국을 거쳐 지금은 최종 기착지인 유럽을 누비고 있다.


○연구하는 지도자 많은 네덜란드

공부는 잘 되고 있느냐고 묻자 김 감독은 “공부는 무슨 축구여행이지”라고 답했다. 그러나 말만 그렇게 할 뿐 출발하기 전부터 철저하고 꼼꼼하게 계획을 세워놓은 뒤 시작된 여정이었다. 프로경기 일정부터 팀 훈련장 섭외까지 모두 스스로 체크해가며 움직이고 있다. ‘수박 겉핥기’식 연수는 안하겠다는 의지였다. 현재 네덜란드에서는 에인트호벤, 아약스, 알크마르 등 3팀의 훈련과 경기를 집중적으로 보고 있다. 네덜란드 방문은 2006년에 이어 3년 만의 일. 세밀하고 아기자기한 플레이 등 전체적인 흐름에는 큰 변화가 없지만 좀 더 가까이서 들여다보면서 공부하는 지도자가 많다는 것을 느꼈다. “여기는 연구하는 지도자들이 참 많아. 문화가 그렇게 정착돼 있어. 그래서 좋은 지도자가 많이 배출되는 것 같아. 들으면 다 알만한 히딩크, 아드보카트, 마틴 욜 등이 모두 네덜란드 출신이잖아? 인구가 적고 땅 덩이도 조그마한 나라가 한정된 인원을 갖고 유럽 톱클래스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것도 다 이런 이유 아니겠어?” 김 감독 역시 그들 틈바구니에서 ‘열공’ 중이다. 특히 예전부터 잘 알고 지내던 로날드 쿠만 알크마르 감독에게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국내에서 공부를 가장 많이 하는 지도자로 알려진 김 감독의 말이라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도자들 긴장감 가져야

자연스레 K리그가 비교대상에 올랐다. 김 감독은 훈련방법이나 환경 등은 예전에 비해 많이 발달했지만 전체 시스템 면에서 유럽을 따라가려면 아직 멀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해외에 있으면서도 국내소식에 소홀하지 않았는데, 이날 통화 즈음 경남FC 조광래 감독이 “훈련장이 없다”고 호소한 것을 두고는 “프로에서 있을 수 없는 넌센스 아니냐”고 꼬집었다. 김 감독은 네덜란드에 도착하기 전 일본과 중국을 방문했다. 감독 때는 좀 더 좋은 선수들을 발굴하기 위해 일본과 중국을 찾았지만 이번에는 여유 있는 마음으로 그들의 프로축구 시스템을 눈여겨 봤다. “일본이나 중국축구가 우리보다 낫다고 할 수는 없지. 하지만 프로 시스템은 K리그가 가장 처지는 게 사실이야. 중국에도 뒤진다고 봐. 한국축구 발전을 위해서는 빨리 변화가 필요해.” 이어 지도자들이 긴장감을 가져야한다고 일침을 놨다. “윗사람들에게 잘 하면 감독 자리를 지키는 이런 풍토 없어져야지. 선수를 갖고 성적 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지도자 아니겠어. 더구나 한국은 업다운 제가 없어서 지도자들의 긴장감이 덜한 편이야. 나를 포함해 모두 반성해야 할 부분이야.” 김 감독은 네덜란드에서 영국을 거쳐 11월 말 귀국할 예정이다. 늘 메모장을 지니고 다니며 꼼꼼하게 필기하는 것으로 유명한 그의 수첩에 귀국 즈음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있을까.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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