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바 롯데 김태균. 스포츠동아DB
결국 병원행 당분간 훈련 못해
“좀 쉬라는 하늘의 뜻이라고 생각할래요.”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 웃어도 옅은 미소만 흘릴 뿐이다. 김태균(27·지바 롯데)이 쓰러졌다. 갑자기 찾아온 몸살. 바늘로 찔러도 들어가지 않을 만큼 강건한 몸을 자랑하던 그였지만 과로에는 장사가 없었다. 당분간 훈련도 올스톱이다.
김태균은 지난 주중에 극도의 피로감을 느낀 뒤 몸살을 앓았다. 병세가 악화돼 결국 병원 신세까지 지고 말았다. 다소 호전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힘이 없다. “올 시즌 초에 뇌진탕을 당해 병원을 들락거린 걸 빼고는 어릴 때부터 건강한 체질이어서 아파본 기억이 거의 없다. 이런 느낌도 오랜 만이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래서 11일 골든글러브 시상식에도 불참할 수밖에 없었다. 올 시즌 부상 여파로 1루수 황금장갑은 불가능하게 됐지만 일본으로 떠나기 전 마지막 시상식이 될 수 있어 꼭 참석하고 싶었다. 그러나 시상식 당일까지도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아 포기했다.
지바 롯데 계약 후 살인적인 스케줄이 이어졌다. 일본을 오갔고, 모교 행사를 비롯해 크고 작은 행사에 초대장이 날아왔다. 언론사 인터뷰 요청도 쇄도했고, 선후배 및 지인들의 “만나자”는 연락도 줄을 이었다. 마음씀씀이가 넉넉한 그는 “못 하겠다”, “싫다”는 얘기를 꺼내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운동은 운동대로 해야했다. 내년 1월 5일 일본 출국 이전에 몸을 만들어 놓아야한다는 압박감에 서울에서 강훈련을 거듭했다. 일본무대에서 창피한 성적을 남길 수는 없는 일. 스스로의 자존심도 자존심이지만 ‘대한민국 4번타자’로서 한국야구의 자존심을 지켜야하기 때문이다. FA 선언 후 남모르게 극도의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그는 굳은 각오 속에 12월초부터 서울의 한 오피스텔을 한 달간 임대해 생활했다. 그러나 잠 잘 때를 제외하고는 여유롭게 보낼 시간이 없었다. 그러면서 결국 탈이 난 것이다.
촘촘하게 세운 훈련 스케줄에 차질이 빚어졌지만 그는 “그동안 너무 무리한 것 같다. 좀 쉬라는 하늘의 뜻으로 받아들이겠다”면서 “13일 어머니 생신도 있어 지난 주말 천안의 집으로 돌아왔다. 아직 몸이 말이 아니라 이번 주까지는 그냥 푹 쉬면서 원기를 회복하겠다”며 힘없이 말했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