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이든 주전이든 일본 캠프서 구슬땀 흘려요
재활 선수들도 알아서 문학구장서 뛰네요
김성근사단에는 휴식이 없나봐요
SK 선수들끼리만 통하는 이야기가 있다. 일명 ‘낭고의 전설’이다. 낭고는 김성근 감독 부임 직후인 2006년 SK의 겨울 캠프가 열린 일본의 지명이다. 이때의 훈련 일화는 버전이 아주 많은데 그중 하나가 ‘박정권 빗속 질주’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진 어느 날 아침, 박정권은 ‘설마, 이런 날씨엔 훈련시간도 늦춰지겠지’하고 잠을 조금 더 잤다. 그러나 버스는 어김없이 오전 7시30분 출발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안 박정권은 그 폭우를 다 맞고 구장까지 뛰어가야 했다.
당시 선수협 간부가 ‘비활동기간 훈련금지’를 이유로 찾아왔다. 그러나 김 감독은 “우리는 해야 된다”라는 한마디로 낭고 훈련을 강행했다. 김 감독은 “그때가 없었으면 지금의 SK는 없었다”고 회고한다. “SK 훈련량이 어쩌니 하지만 그때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었다”고도 말한다.
그러나 세월은 흘렀고, SK에도 ‘브레이크’가 필요한 타이밍이 왔다. 때마침(?) 선수협은 비활동기간 훈련금지를 더 강하게 제재할 움직임이다. 이에 SK는 ‘룰’을 지키는 범위에서 12월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정중동 행보여도 알고 보면 풀가동이나 마찬가지다.
신인과 군 제대 선수는 아직도 일본 고지 캠프에서 땀을 흘린다. 김 감독이 “신인들 중 쓸만한 선수가 하나도 없다”고 엄포를 놓았기에 더 절박하다. 21일에야 귀국 예정이다.
김재현 박경완 전병두 고효준 송은범 정우람 최정 나주환 등 SK의 운명을 쥔 주축 선수들은 오키나와에서 재활훈련에 한창이다. 훈련소에 입소한 김광현도 제대 직후 합류할 가능성이 높다. 김원형 정대현 이호준 정상호 등 수술 받은 지 얼마 안 된 선수들은 문학에서 훈련을 진행한 뒤 추후 합류를 검토한다.
나머지 멤버들이라고 손놓고 있진 않다. 알아서 문학구장에 나와 훈련한다. 가득염 같은 베테랑부터 “남을 위해서 훈련 하는 건 아니지 않는가?”라며 솔선수범이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