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니맨’에 방 내주는 임재철의 ‘후배사랑’

입력 2009-12-1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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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철.스포츠동아DB

임재철.스포츠동아DB

두산 임재철(33·사진)의 집에는 특별한 ‘손님방’이 있다. 이 방을 거쳐 간 선수만 벌써 3명이다. 올 시즌 중 삼성에서 이적한 지승민이 첫 손님. 그는 일주일 동안 머물렀다. 두 번째 손님은 시즌 후 이대수와 유니폼을 맞바꿔 입은 한화 출신의 조규수. 투숙기간은 하루였다. 그리고 요즘은 일본 진출이 확정된 이범호가 지내고 있다. 임재철은 “(이)범호가 최장기간 투숙객(?)”이라며 “지금까지 2주 정도 됐는데 아예 이불까지 챙겨왔더라. 아마 24일까지는 있을 듯싶다”고 말하고는 호탕하게 웃었다.

아내와 아이까지 있는 ‘가장’ 임재철이 이처럼 다른 선수들에게 선뜻 방을 내주는 이유는 갑작스럽게 낯선 환경에 놓인 후배들이 걱정돼서다. 임재철은 “선수가 트레이드되면 무엇보다 마음이 좋지 않다. 그리고 지방에서 올라온 선수들은 당장 머물 곳이 없어 초반에 고생한다. 마음도 안 좋은데 뭘 몰라서 헤매는 친구들을 챙겨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롯데에서 삼성으로, 삼성에서 한화로, 한화에서 두산으로 이른바 ‘트레이드 인생’을 살아온 임재철다운 생각이다.

하지만 이범호는 다른 케이스. 임재철은 “(이)범호는 내가 한화로 트레이드됐을 때 일일이 챙겨준 주인공이다. 이번에 마음의 빚을 갚게 돼 좋다”고 귀띔했다. 이범호는 일본리그에 가기 전 식이요법과 웨이트트레이닝을 병행하며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 이미 4kg을 감량한 상태. 임재철의 아내는 그런 이범호를 위해 아침, 저녁으로 닭가슴살과 야채 등을 챙겨주고 있다. ‘아내가 불평은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임재철은 또 다시 크게 웃으며 “내 식사를 챙겨주면서 하는 것이라고 얘기한다. 그런 아내가 고맙다”고 말했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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