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열의 멀리건] 올해의 해외스타는 김연아 아닌 양용은이었다

입력 2009-12-29 14:3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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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용은. 스포츠동아DB

2009년도 하루만 지나면 역사의 한 페이지로 넘어간다. 2009년은 10년 단위의 마지막 해여서 스포츠의 종목별 결산이 많았던 해이기도 하다.

비록 성추문으로 고개를 떨군 타이거 우즈였지만 미국의 미디어들은 ‘올해의 선수’‘2000년대의 선수’로 그를 선정하는데 이의가 없었다.

기량은 기량대로 평가했다.

올해를 마감하면서 국내의 스포츠 기자들은 스포츠 10대 뉴스의 톱으로 피겨스케이터 김연아를 꼽았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현재 국내 스포츠 선수 가운데 김연아를 능가할 스타는 없을 것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스포츠 아이콘이라는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김연아는 지난 3월 세계선수권대회를 비롯해 그랑프리 대회 1차, 5차 파이널 우승 등으로 한국인 사상 최초로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피겨종목에서 금메달을 따낼 수 있는 강력한 후보다.

그러나 눈을 해외로 돌리면 상황이 달라진다.

2009년 대한민국을 널리 알린 인물은 올해 PGA 투어 카드를 획득해 첫 번째 풀타임시즌 출전에서 PGA 챔피언십을 획득한 양용은이다. 골프 메이저 대회 우승의 가치는 세계선수권대회와 견줘도 전혀 뒤지지 않는다.

오히려 미국에서는 더 평가를 받는다.

지난 8월 미네소타의 해즐타인 내셔널골프 클럽에서 ‘골프 황제’타이거 우즈를 꺾고 PGA 챔피언십을 우승한 이후 미국 내에서의 반응은 확실히 달랐다. PGA 챔피언십 우승의 여파로 양용은은 2010년 PGATOUR.COM이 선정한 주목할 선수 9위에 당당히 랭크돼 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미 전역의 일요판 신문 부록으로 끼어있는 ‘퍼레이드’매거진은 양용은을 인간탄환 우사인 볼트, 테니스 스타 로저 페더러 등과 함께 2009년 스포츠 ‘빅 위너’로 선정했다. 이 기사를 작성한 존 파인스타인 칼럼니스트는 최종홀에서 양용은이 하이브리드로 때린 세컨드 샷을 ‘Shot of the year’로 설명했다.

사실 올해 미국 내에서의 방송 노출을 보면 해외파로는 양용은이 최고였다. 김연아가 우승한 세계선수권대회는 동부가 생중계였고 서부지역은 녹화로 방영됐다. 골프 메이저대회는 5시간이 넘는 생중계다.

3라운드부터 주목받은 양용은은 최종 라운드에서 타이거 우즈와 챔피언조로 동반 라운딩을 펼쳐 거의 매홀 비쳤다.

실제 미국에서는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해가 아닌 탓에 피겨종목이 크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때가 아니다. 국내는 스포츠의 저변이 얇고 스타 부재로 김연아가 1년 내내 크게 주목받을 수 밖에 없는 환경이다.

이제 양용은에게 감격의 2009년은 역사로 남는다. 미국의 미디어들이 표현했듯이 2009년은 ‘Break through(돌파, 큰 발전)’였다. 해가 바뀌면 곧바로 2010시즌이 시작된다. 하와이 마우이에서 2010년 1월 8일부터 SBS 챔피언십으로 대장정의 막이 오른다.

우즈가 빠진 PGA 투어이지만 그래도 시즌은 굴러가게 마련이다.

양용은은 지난 7일(한국시간) 올해의 마지막 대회였던 타이거 우즈 주최 셰브론 월드챌린지에서 2010시즌 전망에 대해 “1승이라도 거뒀으면 좋겠다”며 솔직한 심정을 털어 놓았다.

PGA 투어에서의 1승이 얼마나 작성하기 힘든지를 그는 잘 알고 있어서다.

우즈, 필 미켈슨, 비제이 싱 같은 슈퍼스타가 아닌 선수들에게 1승은 성공한 시즌이다. 2승은 대박이다. 3승은 스타로의 도약이다. 2009년 PGA 투어에서 2승 이상을 거둔 선수는 우즈(6승), 미켈슨, 스티브 스트리커(이상 3승), 잭 존슨, 케니 페리, 양용은(이상 2승)등 6명에 불과하다.

전 세계에 한국을 널린 알린 양용은이 내년 시즌에도 항상 최종라운드의 리더보드에 항상 포함되기를 바란다. 그래야 TV를 통해 그를 자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LA | 문상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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