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열의 멀리건] 나이키가 우즈를 버릴 수 없는 이유

입력 2009-12-22 14: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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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의 인기 척도는 광고출연이다. 미국에서는 이를 상품 등의 추천 의미인 endoresement라고 한다. 이 부문 최고 스타는 단연 ‘골프 황제’타이거 우즈다. 역대 스포츠 선수로는 상금을 비롯해 광고수입 등으로 10억 달러(1조1180억원)의 수입을 올린 유일한 선수다.
해마다 광고계약으로 벌어들이는 수입만 1억1000만 달러가 넘는다.

우즈의 시즌은 1억3000만 달러로 시작된다는 말이 그래서 나왔다.

그러나 지난 달 추수감사절 교통사고 이후 성추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그동안 우즈와 광고계약을 맺은 스폰서들이 줄줄이 떨어져 나가고 있다.

스포츠 음료 게토레이, 세계적인 금융 컨설팅 액센추어, 통신회사 AT&T, 명품시계 태그호이어, 면도기 질레트 등 그동안 우즈를 내세웠던 스폰서들이 그의 타락된 이미지와 맞지 않는다며 등을 돌렸다.

슈퍼스타들의 스캔들이 폭로될 경우 가장 먼저 타격은 받는 게 바로 광고다. 2003년 NBA 스타 코비 브라이언트의 성추행이 폭로됐을 때 스포츠용품 나이키는 성사직전의 광고계약을 취소해버렸다. 종전에는 아디다스가 스폰서였다. 나이키는 스캔들이 잠잠해지고 난 2005년 5년 400만 달러에 브라이언트와 광고계약을 맺었다.

지난 시즌에 나이키는 브라이언트가 신고 뛰는 목 없는 농구화를 시장에 내놓기도 했다. 목 없는 농구화는 브라이언트가 처음 시도했다.

우즈의 광고 스폰서들이 등을 돌리고 있는 상황에서 그를 지켜주는 의리파도 있다. 바로 나이키다. 지난 주 나이키의 오너 필 나이트 회장은 스포츠비지니스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우즈가 은퇴를 한 뒤 현재의 상황을 돌이켜보면 아주 보잘 것 없는 일에 불과하다”며 골프황제를 두둔하며 “계약포기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는 우즈를 단순히 파악한 게 아니다. 과거부터 현재, 미래를 내다보고 계약한 것이다”며 나이트 회장은 현재의 스캔들에 흔들리지 않을 것임을 강조했다.

곤경에 처한 우즈에게 나이키는 든든한 후원자인 셈이다. 현재 나이키는 해마다 우즈에게 3000만 달러씩을 주고 있다.

나이키는 96년 21세인 우즈가 “헬로우 월드!”라며 프로에 데뷔할 때 5년 4000만 달러에 광고스폰서가 돼 줬다. 가능성 하나로 우즈에게 돈 보따리를 안겨준 나이키는 이후 계약을 연장하고 있다. 2003년 고교를 졸업하고 NBA 드래프트 1번으로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에 지명된 르브론 제임스에게 7년 9000만 달러에 계약한 것도 나이키였다.

세계적인 슈퍼스타들은 종목을 가릴 것 없이 나이키와 모두 관계를 맺고 있다. 타이거 우즈, 르브론 제임스, 코비 브라이언트, 마리아 샤라포바(테니스), 데릭 지터(메이저리그), 호나우지뉴(축구) 등이 나이키와 광고계약을 맺은 스타들이다.

사실 나이키는 우즈를 외면할 수가 없는 처지다. 다른 스폰서들과는 다르다. 나이키의 골프용품이 다른 제품들과 경쟁을 벌일 수 있었던 데는 우즈의 공이 절대적이었다.

우즈와 계약 전 나이키가 골프용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보잘 것 없었다. 타이틀리스트, 테일러메이드, 캘러웨이, 미즈노 등과 견줄 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현재 골프용품에서 나이키가 차지하는 비중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골프공의 시장 점유율은 놀라울 정도다. 2005년 마스터스 대회 16번홀(파3)에서 우즈가 보여준 신기의 칩 샷은 나이키 볼을 전 세계에 자연스럽게 홍보해주는 장면이었다. 우즈는 현재 스코티 카메론(타이틀리스트) 퍼터를 제외하고는 볼과 클럽 모두 나이키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나이키가 우즈를 쉽게 버릴 수 없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LA | 문상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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