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대표팀 감독
대표팀 허정무 감독은 아직도 1999년 한일전을 잊지 못한다. 당시 시드니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던 허 감독은 9월 한일 친선경기를 2번 치렀다. 7일 1차전 일본 원정에서 1-4로 크게 졌다. 20일 후 열린 홈경기에서도 자책골이 나오면서 0-1로 패했다. 한일전 2연패의 충격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당한 패배로 후유증을 극복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했다.
허 감독은 “한일전 이전까지 한국은 체코, 나이지리아 등과 좋은 경기를 했을 정도로 팀이 좋았다. 하지만 한일전에서 2번 연속 패한 뒤 팀이 가라앉았다”고 회상했다.
당시 올림픽호가 한일전에서 극도의 부진을 겪은 이유는 따로 있었다.
올림픽호는 한일전을 한 달여 앞두고 유럽 전훈을 다녀왔다. 이어 선수들은 소속팀으로 돌아가 대학선수권에 참가했다. 당시 올림픽대표선수는 대부분 대학생들이었다. 태극전사들은 유럽전지훈련에 이어 소속팀 경기까지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한 탓에 일본 원정에서 크게 패할 수밖에 없었다.
허 감독은 “전반 15분이 지나니 이미 선수들이 지친 게 눈에 보였을 정도로 체력적으로 힘든 상황에서 경기를 해 크게 졌다”며 “당시 교훈을 지금도 잊지 않고 있다. 그 때 선수들을 소속팀으로 돌려보내지 않고 관리를 해줬다면 한일전 뿐 아니라 그 이후 결과도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픈 기억을 회상한 허 감독은 “당시 올림픽대표팀에서 겪었던 경험이 지금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며 한일전 실패의 경험을 타산지석으로 삼고 있다고 했다.
도쿄|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