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때 한국프로 진출 불발
북한, 2006년 자국인 인정
브라질전 단 1경기로 관심이 집중된 정대세의 국적은 어디일까? 북한대표팀이지만 혹시 한국인이 아닐까?
정답은 ‘○’다. 정대세의 국적은 한국이다. 그러나 정대세의 국적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기도 하다.
정대세는 일본에서 태어난 재일교포 3세로, 아버지 정길부 씨의 국적은 한국, 어머니 리정금 씨는 북한이다. 정대세의 조부 정삼출씨는 경북 청송군 현서면에서 태어나 동래 정씨 집성촌인 경북 의성군 윤곡리에서 자랐고, 1930년대 일본으로 이주했다. 아버지 정 씨는 1941년 일본에서 태어났지만 귀화하지 않고 지금까지 한국국적을 유지하고 있다.
정대세 역시 형, 누나와 함께 아버지를 따라 일본에서 한국인으로 국적을 등록했다. 국내에서 주민등록신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 주민등록번호는 없지만 일본 외국인등록증 국적이 대한민국인 한국인이다.
하지만 정대세는 많은 재일교포 학생들처럼 국적이나 이념과 상관없이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가르치려는 부모의 뜻에 따라 조총련계 민족학교에 입학했다. 일본에서 한국계가 운영하는 학교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정대세는 학교에서 자연스럽게 북한 문화와 친근해졌고 고교 때 수학여행으로 평양을 방문한 후 ‘조선’의 국가대표를 꿈꾸기 시작했다.
대학 2학년 때인 2004년 북한에서 대표팀 제의를 받는다. 그러나 한국국적 때문에 최종 선발이 불발됐다. 일본법상 외국인등록증 국적을 한국에서 북한으로 바꾸는 건 불가능했다. 일본정부는 미수교 국가며 일본인 납북문제로 대립하고 있는 북한으로 국적변경을 허용하지 않았다.
정대세는 대학을 졸업하기 전 잠시 한국프로축구팀 진출을 모색하기도 했다.
한국과 북한은 정대세 뿐 아니라 모두 재일교포에게 같은 조국이다. 여러 가지 여건이 맞지 않아 입단이 불발됐지만 만약 정대세가 한국프로에 진출했다면 태극마크로 ‘조국 대표팀’의 꿈을 이룰 수도 있었다.
2006년 정대세는 일본 조선대학교 졸업 후 2006년 J리그 가와사키 프론탈레에 입단했다. 그리고 같은 해 북한은 일본 내 국적과 관계없이 정대세에게 여권을 발급하고 자국인으로 받아들였다. 국가대표가 될 수 있는 수준에 오르기 위해 끝없이 노력한 정대세의 땀으로 이룬 결실이었다.
공식 국적은 한국, 거주지는 일본, 그리고 북한대표팀. 월드컵 무대에 선 정대세에게는 태어나기 수 십 년 전 일인 일제강점과 한국전쟁, 남북분단의 아픔이 모두 깃들여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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