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삼성 11연승의 힘은 ‘허허실실 바이러스’

입력 2010-07-0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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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선동열 감독. [스포츠동아 DB]

지나친 겸손 내지는 엄살로 비치기 십상이었다. 그러나 삼성 야구를 쭉 지켜본 이라면 ‘일관성’으로 표현하는 것이 가장 적합하지 않을까.

삼성 선동열(사진) 감독은 6일 문학 SK전에 앞서 특유의 사람 좋은 미소로 취재진을 맞았다. 10연승을 해서 더 기분 좋은 것도, 연승 탓에 기강이 풀어질까봐 일부러 엄격한 것도 아닌, 평상시 그대로였다. 화법 역시 시즌 내내 줄곧 되뇌던 “없으면 없는 대로”가 생각의 중심이었다. 마치 야구계의 ‘무소유 경지’를 득도한 것처럼. 삼성 감독 부임 이래 최다연승 기록을 써내려가고 있는데도 마치 남 얘기처럼 냉정하게 바라봤다. “더 이상 뭘 바라겠나? 과분하다. 내가 봐도 신기하다. 선발이 8개 구단 중 제일 못하는데도.”

문학 3연전에 대해서도 “1승2패만 하면 된다. 셋 중 아무거나 이길 수 있는 경기에 정현욱 안지만 권혁을 다 넣겠다”고 했다. 2위 욕심도 없다. “2위하면 좋겠지만 우리 실력에 무리다. 올해는 작년에 못했던 포스트시즌에만 나갔으면 좋겠다.”

우승 욕심마저도 마음을 비운 듯하다. SK와 두산에 비해 떨어진다고 했다. “5년 계약 했으니 1번만 우승하면 된다”고 했다. 지금은 선수들을 키울 때라고 정의했다. 그러면 2년쯤 뒤에 SK와 붙어볼 만하다고 했다.

선 감독은 승률 5할 언저리에서 맴돌 때도, 연패에 허덕일 때도 똑같은 표정, 똑같은 어법을 구사했다. 이런 여유가 이제는 알게 모르게 선수단 전체로 전파된 느낌이다. ‘많이 벌어놨다.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다’는 여유가 자신감으로 연결되는 요즘 삼성의 분위기다.

문학|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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