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부터 16명 국내·외 사령탑 중 7명만 데뷔전 승리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한다’는 옛 말이 있다.
축구도 예외는 아니다. 좋은 시작이 아름다운 끝을 의미하는 건 아니지만 쾌조의 스타트를 해야 여세를 몰아갈 수 있다는 것은 자명하다.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의 위업을 이뤄낸 한국 축구의 새 수장에 오른 조광래 감독도 흥분과 설렘 속에 대표팀 사령탑 데뷔전을 준비하는 가운데, 역대 사령탑들의 데뷔전 결과는 어땠을까.
90이탈리아월드컵을 이끈 이회택 감독(기술위원장) 이후 정식이든, 임시든 잠시라도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던 이들은 모두 16명.
그 중 승리의 기억은 8차례에 불과했다.
그나마 95년 4월부터 그해 7월까지 대표팀을 맡았던 박종환 감독의 경우, 6월3일 브라질의 리우 선발팀과 코리아 컵 경기를 치러 2-0 승리를 거뒀지만 A매치로 공인받지 못했으니 실제로는 7승에 불과한 셈이다. 특정 대회를 앞두고 선임되는 임시직이 아닌, 임기가 보장된 때문인지 외국인 사령탑들의 승률이 국내파 감독에 비해 좋았다. 데뷔전 4승이 외국인 감독들의 몫이었다. 2001년 1월24일 노르웨이와의 홍콩 칼스버그컵 1차전에서 2-3으로 패한 히딩크와 2003년 3월29일 콜롬비아와 평가전에서 0-0 무승부를 거둔 코엘류 만이 승리를 하지 못했을 뿐, 비쇼베츠-본프레레-아드보카트-베어벡 등 한국을 거쳐 간 모든 감독들이 데뷔전 승리로 기분 좋은 출발을 했다.
국내 감독들 중에서는 이회택 감독의 뒤를 이은 이차만 감독이 90년 7월27일 일본과 다이너스티컵에서 2-0 승리를, 박종환 감독이 90년 9월6일 호주와 평가전 1-0 승리, 97년 1월18일 노르웨이와 호주 멜버른 국제대회 1차전에서 1-0 승리를 챙겼을 뿐이었다.
재미있는 것은 2010남아공월드컵에서 국내파 감독의 진가를 발휘한 허정무 감독이 유독 첫 경기에선 힘을 쓰지 못했다는 사실. 95년 8월12일 브라질 평가전에서 0-1로 졌고, 98년 11월22일 중국과 한중 정기전에서 0-0으로 비겼다. 2008년 1월30일 칠레에게 또 0-1로 패했다. 1무2패를 홀로 기록했다.
고재욱 감독도 91년과 95년 두 차례 임시 사령탑에 올랐으나 이집트와 사우디아라비아에 각각 0-0, 1-1 무승부를 거뒀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