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는 야구 롤러코스터] 홍성흔이 벌벌 떠는 이유,“로감독님 벌금 좀…”

입력 2010-08-24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야구계 뒷담화 이제는 말해 볼래요”
아직도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어요. 숨이 막혀요. 프로야구도 숨 막히는 막바지 갈무리 싸움이 진행되고 있어요. 팀이나 개인이나 풍성한 가을걷이를 꿈꾸며 구슬땀을 흘린 지난주, 프로야구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졌을까요? 롤러코스터를 타고 떠나봅니다.


규정대로면 벤치에 앉을수 없는데
뛰는 선수들보다 TV에 더 비쳐요
괜찮다며 용기 주는 로이스터감독
벌금 내줄수 있나 묻자 “NO!”래요

○벤치 지키는 홍성흔의 불안함

벤치에 앉아만 있는데도 뛰고 있는 선수들보다 더 자주 TV 화면에 비쳐져요. 자꾸 노출되니 쾌활한 겉모습과 달리 속마음은 난감한가 봐요. 그래도 내색 않고 ‘덕아웃 치어리더’를 자임하는 태도에서 프로의 향기 느껴져요. 그러나 홍성흔의 잦은 TV 포착 때마다 속이 덜컥 내려앉는 사람들 있어요. 바로 KBO 심판들. 규정대로면 1군 엔트리 이외 선수는 경기 중 덕아웃에 있을 수 없기 때문이에요. 그래도 야박하게 그럴 수 있나요? 다른 팀들도 비슷한 처지이기에 항의하지 않고 알고도 눈감아줘요. 홍성흔도 내심 맘에 걸렸나 봐요. 로이스터 감독을 찾아가 어떡하면 좋을지 물었어요. 이에 감독은 “그런 룰이 있었나? 만약 네가 덕아웃에 못 앉게 되면 롯데팬들이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그 룰이 잘못됐다는 것을 네가 보여주라”고 격려해요. 용기백배 홍성흔이 한마디 더 물어요. “그럼, 만약 제가 벌금 먹으면 감독님이 대신 내주실 수 있나요?” 그러자 로이스터의 대답, “그런 일은 없을 거야.”


주차공간 턱없이 부족한 목동구장
경기 시작하면 주차단속요원 떠요
전광판에 “현재 단속중” 알려와요
구청은 야구팬 주머니가 봉인가봐요


○야구팬들이 봉? 양천구청의 땅짚고 헤엄치기

목동에서 주말경기가 있는 날이면, 주변 도로까지 승용차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어요. 목동구장 주차수용규모가 700대에 불과하기 때문이에요. 야구장 쪽에는 차댈 곳이 없어요. 주차하는데 일단 진을 다 빼요. 어디에 주차해야하는지 안내 표지판도 없고, 밖에는 안내요원도 없어요. 더 짜증나는 것은 관할구청인 양천구청의 행태에요. 프로야구 열리는 날이면 관중 몰리는 것은 상식. 그런데 경기 시작되면 구청은 ‘웬 떡이냐’ 싶은가 봐요. 주차단속요원들 투입해 시민들 차에다 신나게 딱지 붙여요. 물반고기반 낚시터에요. 한 시간만 돌아도 짭짤한 수입. 양천구청 재정상태가 얼마나 어려운지는 몰라도 야구팬들 주머니가 아주 만만한가 봐요. 사정이 이렇다보니, 가끔 목동구장 전광판에는 경기 도중 웃지 못할 게릴라성 알림 표시가 떠요. “현재 불법 주차 단속중입니다.” 넥센이 팬들에게 해줄 수 있는 최선의 선택. 그 순간 팬들은 관중석 사이로 질주해 도로로 뛰어나가요. 다녀오니 역전되고, 중요한 장면 다 지나가고. 야구 있는 날 차량 붐비는 건 상식. 해당 구청이면 주차 공간부터 확보해주고 딱지 붙이는 게 순서에요. 주차단속요원부터 투입할 게 아니라 혼잡한 주차상황 미리 정리하고 주차할 곳 유도부터 해주는 게 구청의 책임과 의무에요. 야구팬 주머니만 봉인가요? 가족끼리 왔다가 딱지 끊긴 사람, 다시 양천구 목동구장에 발걸음하고 싶을까요?

○프로통산 3번째 3000루타 송지만, ‘커튼콜 하고 싶었는데….’

20일 잠실 LG전이었어요. 넥센 송지만 6회초 안타에 이어 3-4로 뒤진 8회초 1사1루에서 역전결승 2점 홈런까지 쳤어요. 이 경기 전까지 프로통산 2995루타. 딱 3000루타를 채우는 순간이었어요. 3000루타, 지금까지 장종훈, 양준혁만 밟아본 고지에요. 대기록이 나오면 홈팀에서 전광판에 띄우는 게 관례. 하지만 홈팀이 역전당한 홈런이라 그랬는지, 전광판에는 한 줄 알림조차 없어요. 현장에 온 팬들도 뒤늦게 기사를 통해 이 사실 알 수밖에 없었어요. 경기 끝난 뒤 송지만의 한마디가 가슴 아파요. “커튼콜이라도 한번 했으면 얼마나 좋아.” 메이저리그는 야구만 잘 하는 게 아니에요. 원정팀 기록도 소중히 여기는 분위기가 아쉬웠어요.

○차우찬이 진정한 ‘슈퍼차’인 이유

“우찬아 물 가져와라.” “우찬아 슈퍼 가서 뭐 좀 사와라.” “우찬아 XX냉면 시켜라.” 삼성 새로운 좌완특급 차우찬의 별명은 ‘슈퍼차’예요. 투수조의 심부름꾼이거든요. 오랫동안 막내생활 하다보니 누가 부르면 몸이 자동으로 움직일 정도래요. 스스로 “구장 주변, 지방숙소 주변 가게와 식당은 내가 모조리 꿰고 있다”고 자랑스럽게 말해요. 하지만 2010시즌 차우찬이 달라졌어요. 1패 후 7연승. 그동안 슈퍼마켓에 많이 간다고 ‘슈퍼차’였다면 요즘에는 ‘슈퍼에이스’여서 ‘슈퍼차’로 의미도 바뀌었어요. 하지만 6년째 심부름은 여전히 계속 되고 있대요. 사실 투수조 막내는 차우찬이 아니에요. 후배 정인욱 임진우가 있어요. 그럼에도 차우찬은 심부름 시키면 가장 먼저 엉덩이를 들어요. 후배들이 심부름할 때도 자유로울 수 없어요. “형들이 말한 그 가게 어디 있냐”며 번번이 걸려오는 전화. 일일이 대답하기 귀찮을 텐데도 ‘홀아비 심정은 과부가 안다’고 차우찬은 성심성의껏 대답해줘요. 잘 나가도 거만하지 않은 진짜 에이스, 차우찬에 대한 평가가 안팎으로 최고인 이유가 있었어요.

○김광삼 이름으로 대신 기부한 익명의 야구팬

LG 김광삼은 최근 여기저기서 전화 많이 받았어요. 그런데 정작 김광삼은 처음에 “무슨 소리냐?”며 이해를 하지 못했어요. ‘아름다운재단’에 김광삼 이름으로 77만원이 기부금으로 전달됐다는데, 본인은 전혀 모르는 사실. 나중에 알고 보니 김광삼의 열렬한 팬이 자신의 생일인 8월 15일을 맞아 ‘아름다운재단’에 김광삼 이름으로 기부한 것이었어요. 그런데 김광삼은 “아는 것이라고는 이씨 성을 가진 분이라는 사실 뿐이다. 왜 내 이름으로 기부를 한 것인지 모르겠다”며 웃었어요. 그 팬은 “진실된 모습으로 팬을 대해주는 김 선수의 마음이 고마웠다”며 “김 선수의 이름으로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게 힘이 됐으면 좋겠다”는 말만 전했대요. 사실 김광삼은 천사표에요. 누구를 붙잡고 김광삼에 대해 물어봐도 “착하다”는 말부터 꺼내요. 실제로 그의 형은 어릴 때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났어요. 그래서 2004년에 백혈병 어린이를 돕기 위해 1승당 얼마씩 적립해 시즌 끝나고 기부한 적이 있었어요. 김광삼은 “그때는 8승을 올려 적립금이 꽤 됐는데, 이후 부상으로 타자와 투수를 왔다갔다하면서 흐지부지 됐다. 이번 일을 계기로 앞으로 좋은 일을 하도록 하겠다”며 다시 다짐했어요. 그게 힘이 된 걸까요? 김광삼은 18일 잠실 한화전에서 9이닝 2안타 무실점의 역투로 생애 첫 완봉승을 따냈어요.

스포츠1부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