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차 … 뛰기만해도 기록인데
팀성적 탓 번번이 출전기회 불발
“늘 미안하죠. 잔디를 밟는 게 다 기록인데….”
킥오프를 앞두고 만난 포항 박창현 감독대행의 표정은 씁쓸했다. 사령탑으로서 레전드에 대한 예우를 제대로 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안타까움 탓이었다.
포항과 서울의 K리그 경기가 열린 1일 포항 스틸야드.
예상대로 포항의 ‘백전노장’ 김기동(39)은 선발 아닌 서브 멤버에 포함됐다.
사실 박 감독대행은 거의 매번 홈경기 때마다 김기동을 17명 엔트리에 넣고 있다. 출전 여부를 떠나 포항의 상징으로서 일종의 예우 차원이라는 게 그의 설명.
“(김기동이) 뛸 때마다 죄다 기록이 되는데, 우리 팀 상황이 여의치 못해 제대로 출전시키지 못하고 있다. 그저 아쉽고 안타깝다.”
한 때 K리그를 주름잡았던 김기동은 가장 성공적인 자기 관리 능력을 보여주는 모범 케이스. 김기동과 비슷한 연령대로 여전히 현역으로 활약하는 선수는 경남FC 김병지(40) 정도에 불과하지만 골키퍼와 미드필더는 활동량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
1993년 유공(현 제주)에 입단해 18시즌 째 그라운드를 누비는 김기동은 2003년부터 포항에서 활약하고 있다. 작년 23경기에서 4골-5도움을 올렸지만 올해는 9경기 출장에 그치고 있다. 물론 대부분이 교체 출격.
그래도 김기동의 얼굴은 밝았다. 큰 형님으로서 후배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히 행복하다는 그였다.
포항 관계자는 “한시가 급한 상황이라 제대로 대우하지 못하고 있다. 기록을 위해서라도 후반기는 잘 해야겠다”고 말했다.
포항|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