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도 제주가 스포츠 부문에서 1위를 한 기억이 없어요. 축구가 전부죠.”
제주 토박이 심현식(67·목축업) 씨는 요즘 꼭 챙기는 일이 한 가지 추가됐다. 주말이면 제주 유나이티드의 경기 결과를 확인하는 것이다.
심 씨는 그간 보지 않던 스포츠신문을 구독 신청했다며 밝게 웃었다.
작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실망스러운 경기 내용과 처참한 스코어, 황량함까지 엿보였던 썰렁한 스탠드가 마치 제주 축구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제주 구단은 도민들에게도, 모기업 SK그룹에도 ‘있으나 마나’ 한 존재였다.
그러나 성적은 모든 걸 바꿨다.
지난 해 7승7무14패(승점 28)로 전체 15개 구단 중 14위에 그쳤던 제주였지만 ‘승리의 DNA’를 장착한 올 시즌은 180도 바뀌었다.
“지난 해 22골을 넣고 44실점을 했는데, 올해는 이를 그대로 뒤집고 6강에 오르겠다”고 했던 박경훈 감독의 말처럼 제주는 폭풍 질주를 이어가며 K리그 단독 선두를 지키고 있다.
3일 제주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경남FC와의 홈경기에서 제주는 초반 0-2로 뒤지다 3-2로 뒤집는 뒷심을 발휘했다.
제주 구단의 한 직원은 “예전의 제주 축구는 잊어 달라”고 당당히 외치고 있다. 거리 홍보를 나가도 “왜 만날 지느냐”며 타박을 주던 팬들이 이제 “자존심을 지켜줘 고맙다”고 격려를 해준다고 한다. 꼴찌의 설움을 겪었기에 제주의 쾌속 행진이 더욱 의미 있어 보이는 요즘이다.
제주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