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서울 박성율 트레이너는 작년까지만 해도 제주에 몸담고 있었다. ‘서울 맨’이란 수식은 조금 어색하지만 승부의 세계에서 친정보다는 현 직장에 마음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다. 사진제공 | FC서울
상대 제주 유나이티드는 박 트레이너가 오랜 시간 머문 친정이니까요.
1996년 부천 유공 코끼리(제주의 전신)에 입사해 작년까지 몸담았어요. 꼭 10년 전, 안양LG(서울의 전신)와 부천SK가 챔프전에서 만났을 때도 그는 부천 벤치를 지켰습니다.
올해 1월 초 서울로 옮겼는데 여전히 서귀포에는 두 딸(11세, 6세)과 부인이 머물고 있다고 하네요. 자신은 구리 GS 챔피언스파크로 출퇴근을 하는데 말이죠. 기러기 아빠가 따로 없습니다.
1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챔프 1차전으로 시계추를 되돌려 봅니다.
스탠드 한구석에 자리 잡은 가족들은 약간 혼란에 빠집니다.
“딸이 어느 팀을 응원할지 모르겠다고 하더라. 아빠 팀 응원하라고 했는데, 눈치 좀 보였다더라.”
이쯤은 양호합니다. 진짜 난감한 상황은 아디가 쓰러졌을 때 벌어집니다.
하필 제주 서포터스 앞에 아디가 넘어집니다. 곧장 벤치를 박차고 달립니다. 어디선가 들리는 외침.
“저 사람 우리 팀에 있던 사람이잖아. 왜 저기 있냐?”
그럴 만도 합니다. 처음 제주 원정을 왔을 때 제주 선수가 넘어지면 자신이 뛰어나갈 뻔 한 적도 있으니까요. 그를 ‘박 쌤(선생님 속어)’이라 부르던 제주 선수들도 여전히 메시지를 보내올 정도입니다.
처음 서울에 왔을 때 부천 출신 고참 김한윤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덕택에 금세 선수들과 친해집니다. 각별한 인연이 있네요. 11월 청룡영화제 기술상(영화 ‘아저씨’)을 받은 친동생 박정율 무술감독이 김한윤과 어릴 적 축구를 함께 했던 친구입니다.
이제 서먹함은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100% 적응 완료랄까요? 부상자도 의외로 적어 나름 쉬운 시즌을 보냈다고 회상합니다. 2차전을 앞둔 지금 심정은 어떨까요? 설렘 반, 부담 반이랍니다.
“떨리고, 부담스럽기도 하고. 친정 팀의 성장이 반갑기도 하고. 그래도 서울이 우승해야지…. 내 팀인데.”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