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김형호 부친의 ‘사커대디로 사는법’] “아들 활약 가까이서 보려 축구장 시설 관리인 됐죠”

입력 2011-03-1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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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김형호, 김형호 부친 김재억씨. 스포츠동아DB.

13일 광양전용구장. 포항이 1-0으로 앞서던 후반 종료직전 전남이 길게 띄운 크로스가 골키퍼 신화용을 지나 전남 김형호(24)의 머리에 맞고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2만여 홈 관중은 일제히 함성을 질렀다. 관중석에 있던 김형호 아버지 김재억(51)씨도 벌떡 일어났다.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주심이 골키퍼 차징을 선언했고, 전남은 패배를 맛봤다.

김 씨는 “내 아들이라서가 아니라 다시 봐도 차징은 아닌데…”라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중앙수비로 풀타임을 뛴 김형호는 드래곤즈 키즈다. 제철남초, 제철중·고를 거쳐 2009년부터 전남 유니폼을 입고 있다.

아버지 김재억 씨는 전형적인 ‘사커대디’다.

아들이 축구를 시작하자 광양 태인동에서 중마동으로 이사를 왔고 9년 전부터는 축구장 시설물 관리인으로 일하며 가장 가까이서 아들을 지켜보고 있다. 노란 유니폼을 입은 아들의 모습을 늘 상상했는데 현실이 됐다.

김씨도 축구 전문가가 다 됐다. 아들이 몸을 푸는 것만 봐도 컨디션을 안다. “형호가 청소년 상비군(2006년)에 뽑혀 외국 물 좀 먹고 온 뒤 부쩍 자신감을 찾았다”며 웃음 지었다.

김형호는 “아버지 성격이 강하셔서 화끈하게 칭찬하지만 크게 혼날 때도 많다. 늘 의지가 된다”고 말했다.

김씨에게는 김형호 말고도 또 다른 아들이 있다. 6일 전북 원정에서 결승골을 넣어 깜짝 스타로 떠오른 공영선이다. 김형호와 공영선 그리고 현재 부산에서 뛰고 있는 김응진은 동갑내기로 초중고를 모두 함께 다닌 전남 유소년 출신 절친. 김 씨는 “모두 내 아들과 같다. 형호와 영선이는 전남을 빛내주고 응진이도 부산에서 잘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광양 |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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