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승부조작] 승부조작 미드필더 P 그는 결국 브로커였다

입력 2011-05-2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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룸메이트 “승부조작 제안 받아”
“A구단 2명 브로커와 잦은 접촉”
현역 K리그 선수 2명(A구단 골키퍼 S, B구단 미드필더 P)의 체포로 드러난 프로축구 승부조작 사건 때문에 전 구단이 떨고 있다. 여기에 이번에 검찰에 붙잡혀 구속된 브로커 2명 중 한 명은 전직 프로축구 선수였다는 사실까지 확인돼 파장은 더욱 커졌다. 불미스러운 사건에 연루된 지방의 시민구단 2팀에서는 과연 어떠한 일이 벌어졌을까. 해당 구단 감독들과 직원들을 통해 사건을 재구성한다.


● 골키퍼 S 사태

오랜 기간 K리그에서 골키퍼로 활약한 S의 검거가 이뤄진 후(25일), 곧바로 해당 구단 감독 및 선수단 관리 직원과 직접 통화를 나눴다. 해당 직원은 창원으로 이동하는 길이었다. 그에 따르면, 2주 전쯤 S가 승부조작과 불법 토토에 연루됐다는 사실을 처음 인지했다. 설마하며 처음에는 뜬소문이려니 했지만 지인들로부터 전달받은 내용들은 그렇지 않았다. 결국 A구단은 지난 주 S와 면담 끝에 계약을 해지했다. S가 검찰에 붙잡힌 곳은 경기도 안양에 위치한 자택에서였다.

심각한 것은 A구단은 S와는 별개로 베팅 의혹이 의심되는 선수 2명을 추가로 발견했다는 점이다. 지방의 모 대학 출신의 선수 K와 C는 1군보다는 2군에서 더 많이 뛴다. A구단은 리그 컵 대회도 대개 1군 선수단이 출전하기 때문에 실전 투입 횟수가 많지 않다.

A구단 감독은 “지역 조직폭력단과 깊숙이 연계된 토토 브로커와 통화를 한다는 보고를 받았다. 아직 심증에 불과하지만 철저히 알아본 뒤 적법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한 구단 관계자는 “감독님께서 자체적으로 알아본 결과 지역 베팅 업자들과 종종 접촉을 했었다는 결정적인 동료들의 증언을 확보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 미드필더 P 사태

25일, P는 막 외박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그러나 클럽하우스에서 그를 기다린 건 수사관이었다. 체포 영장을 들고 온 이들은 정오까지 복귀해 점심식사를 하려던 P를 조용히 데리고 창원으로 떠났다. B구단 사장과 선수단 관리 책임자는 마침 남미 지역으로 해외 출장 중이었다. 즉각적인 보고가 이뤄지지 않았고, 사태 파악이 다소 늦었다.

사실 B구단은 P를 거의 의심하지 못했다. “완전히 배신당했다. 흥분된 마음을 어떻게 가라앉혀야 할지 모르겠다”며 B구단 감독은 진노했다.

하지만 구단에서 자체적으로 확인한 결과, 골키퍼 S와는 달리 P의 경우는 브로커 역할인 것으로 알려졌다. 브로커로부터 1억2000만 원을 받은 것도 동료들에게 돈을 뿌려 불법 베팅에 참여토록 포섭하기 위함이었다. 선수 접촉은 주로 구단 버스에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B구단은 25, 26일 이틀에 걸쳐 선수들을 전부 모아놓고 일대일 면담을 했다. 딱히 드러난 건 없지만 조사 결과 P가 브로커라는 사실을 확신할 수 있는 증언을 얻었다.

P의 클럽하우스 룸 메이트였던 L과 또 다른 선수 H는 후배였지만 P의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절했다고 한다. 이들은 P에게 “돈 몇 푼에 우리 양심을 팔 수 있어요? 프로는 프로답게 해야지. 형을 믿으니까 앞으로 그렇게 하지 마요”라고 말했다. B구단 감독은 “그곳(검찰)에서도 허위 진술을 할 수도 있다. 보복이 두려워서”라며 고개를 저었다.

남장현 기자 (트위터 @yoshike3)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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