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크는 까칠한 놈…20%는 심판도 놓쳐

입력 2011-06-1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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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내기 오심으로 본 보크 A to Z

야구규칙에 무려 13가지 항목 정해
까다롭고 순간적이라 심판도 애먹어
심판이 선언 안하면 보크 적용 안돼
강한 어필로도 판정 번복 절대 금지
올시즌 프로야구에서 보크가 화두다. 8일 잠실 한화-LG전에서는 보크동작을 심판들이 보크로 선언하지 않아 논란이 됐다. 9회초 2사후 3루주자 정원석이 홈스틸을 감행할 때 LG 투수 임찬규가 보크 동작으로 홈으로 공을 던졌지만, 4명의 심판원 중 누구도 보크를 적발하지 못했다. 역사에 길이 남을 ‘끝내기 보크 오심’을 계기로 보크에 대해 알아본다.


○보크(Balk)란?

베이스에 주자가 있을 때 투수의 반칙 투구행위를 보크라고 한다. 이때 모든 주자는 한 베이스씩 진루한다. 주자가 있을 때에만 보크가 성립된다. 보크는 야구규칙 8.05에 자세히 설명돼 있는데 (a)∼(m)까지 무려 13가지 보크 항목을 정해놓았을 정도로 복잡하고 다양하다. 간단히 설명하면 ‘투수가 상대 타자나 주자를 속이는 것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다. 4심 중 누구든 보크를 선언할 수 있지만, 보지 못하거나 타이밍을 놓쳐 누구도 보크를 선언하지 않으면 보크가 적용되지 않는다. 명백한 보크도 있지만 때로는 머리, 어깨, 엉덩이, 무릎, 발까지 보크의 경계선에 놓이는 미세한 동작들도 발생한다. 평균적으로 20% 정도는 심판들이 놓치는 게 보크일 정도로 가장 판정이 어려운 항목이기도 하다. 야구규칙에 보크는 볼과 스트라이크 판정, 아웃과 세이프 판정과 마찬가지로 어필을 통해 판정이 번복될 수 없는 사안으로 규정해 놓고 있다.


○보크의 A to Z

야구규칙 8.05에 정의된 보크의 종류들을 살펴보자.(우완투수의 축족은 오른발, 자유족은 왼발이다. 좌완투수는 반대)

▲(a) 투수판에 중심발(축족)을 대고 있는 투수가 투구와 관련된 동작을 일으키다가 투구를 중지하였을 때→자유발(자유족)을 흔들어 투수판 뒤끝을 넘게 되면(와인드업) 타자에게 투구하지 않으면 보크다(8일 임찬규가 범한 보크 동작과 관련 있는 조항이다. 자유발인 왼발이 투수판 뒤끝을 넘는 와인드업 자세를 취했을 때는 무조건 축족을 빼지 않고 투구해야 한다. 단, 양발을 투수판 앞에 가지런히 놓고 정지한 뒤 던지는 세트포지션일 때는 이와 같은 동작이라도 보크가 아니다).

▲(b)투수판에 중심발을 대고 있는 투수가 1루에 송구하는 시늉만 하고 실제로 송구하지 않았을 때→주자가 있는 2루와 3루에는 그 베이스 쪽으로 똑바로 자유발을 내디디면 던지는 시늉만 해도 보크는 아니지만, 1루와 타자에게는 던지는 시늉에 그치면 보크다. 단, 중심발을 투수판 뒤쪽으로 빼면 주자가 있는 어느 베이스에도 발을 내딛지 않고 던지는 시늉만 해도 보크가 아니다.

▲(c)투수판을 딛고 있는 투수가 베이스에 송구하기 전에 발을 똑바로 그 베이스 쪽으로 내딛지 않았을 때→올시즌 새 외국인투수 LG 주키치와 KIA 트레비스가 자유족인 오른발을 홈과 1루 중간 지점으로 내디디면서 1루에 견제를 하다 지적을 받은 보크다.

▲(d)투수판에 중심발을 대고 있는 투수가 주자가 없는 베이스에 송구하거나 송구하는 시늉을 했을 때→플레이에 필요할 때(1루주자가 2루도루를 시도할 때 2루에 던지는 것 등)는 보크가 아니다.

▲(e)투수가 반칙투구를 했을 때→타자가 타석 안에서 충분한 자세를 갖추기 전에 투구(퀵피치)하면 보크다. 주자가 없으면 볼이다.

▲(f)투수가 타자를 정면으로 보지 않고 투구했을 때, ▲(g)투수가 투수판을 밟지 않고 투구와 관련된 동작을 취했을 때, ▲(h)투수가 불필요하게 경기를 지연했을 때, ▲(j)투수가 공을 갖지 않고 투수판을 밟거나 걸쳐 섰을 때, 또는 투수판에서 떨어져 투구에 관련된 시늉을 했을 때, ▲(k)투수판에 중심발을 대고 있는 투수가 고의 여부에 관계 없이 공을 떨어뜨렸을 때, ▲(l)고의4구를 진행 중인 투수가 포수석 밖에 나가 있는 포수에게 투구했을 때, ▲(m)투수가 세트포지션으로 투구할 때 완전히 정지하지 않고 투구했을 때(박찬호가 일본에서 자주 지적당한 보크다) 등도 보크 항목에 해당된다.

이재국 기자 (트위터 @keystonelee)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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