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출동] “제자를 못 믿겠다”…정해성 슬픈 탄식

입력 2011-06-2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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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정해성 감독. 스포츠동아DB

‘승부조작 대규모 연루’ 전남 홈 경기 가보니…

“믿어달라던 선수들 출두후 안돌아와”
“죄인이 무슨 말 하나” 직원들 한숨만
“새 판 만들겠다” 단장 수사협조 밝혀
K리그 승부조작의 새로운 진원지로 떠오른 전남 드래곤즈. 창원지검에서 수사를 받고 있는 선수들이 대개 전남 소속이거나 지난 시즌까지 전남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누볐다.

이런 최악의 시련 때문에 K리그 15라운드 강원FC와 경기가 진행된 26일 광양전용구장에서 만난 전남 구단 직원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어두웠다. “우여곡절 끝에 어렵게 지동원 이적을 마무리 지었더니 이번 일이 터졌다. 구단이 거의 패닉 상태다”라고 밝힌 한 전남 프런트의 무거운 목소리가 구단 입장을 대변했다.


○‘새 판을 짜겠다’는 각오로

검찰 수사를 바라보는 전남의 심경은 정확히 반반이다. ‘어서 빨리 이 순간이 끝났으면’하는 바람과 ‘차라리 잘됐다. 이번에 제대로 발본색원하자’는 마음이 공존한다.

“죄인이 무슨 얘기를 하겠느냐”는 전남 직원들처럼 유종호 사장의 얼굴에는 시름이 가득했다. 그는 이번 사건과 관련된 언급을 자제하며 취재진에게 인사만 한 뒤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대신 유 사장과 함께 이동하던 전남 김영훈 단장이 구단 입장을 설명했다.

“프로축구연맹과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 아예 새 판을 만들겠다는 의지다. 다만 수사가 진행 중이라 몇 명이 조사를 받고 있는지는 정확히 밝힐 수 없다. 상황을 이해해주길 바란다.”


○선수들의 거짓이 더 서운한 정해성 감독

국가대표팀 수석코치로 3년 간 머물다 올 시즌 K리그로 돌아온 전남 정해성 감독은 선수들의 연이은 이탈에 괴롭기만 하다. 경기 시작 전 라커룸에서 기자들을 만난 정 감독의 얼굴은 잔뜩 굳어 있었다. 최근 속 타는 마음에 애꿎은 담배만 연신 피웠다고 했다.

검찰 출두 직전까지 “선생님, 믿어주세요”를 반복한 제자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서운하고 섭섭하다”던 정 감독은 “20대 초중반인데, 창창히 남은 인생이 걱정스럽고 안타깝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제자들을 100% 믿기 어려운 상황도 아픔의 일부다. “검찰에 간 선수들이 지난해 경기 승부조작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데 올해는 다르지 않겠느냐”는 기자들의 위로 섞인 말에도 정 감독은 “이젠 정말 모르겠다”라며 제자들을 믿지 못하게 된 지금의 상황이 더 힘든 듯 보였다.

전남 반대쪽 라커룸 분위기도 좋을 리가 없었다. 수비수 P가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P는 작년까지 전남에서 뛰다 FA(자유계약선수) 자격으로 강원에 새둥지를 튼 선수. 강원 김원동 사장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쇼킹했다. 우린 ‘페어플레이’로 버텼는데, 선수도 이미지도 모두 잃어버렸다”며 허망해했다.

광양 | 남장현 기자 (트위터 @yoshike3)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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