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 ‘석면공포’에 선수들만 ‘덜덜’

입력 2011-09-2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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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관중 600만명 시대에 때 아닌 ‘석면공포’가 그라운드를 덮쳤다. 26일 환경보건시민센터와 서울대 보건대학원이 프로야구장의 내야 흙에서 기준치의 10배나 되는 석면이 검출됐다고 밝혀 큰 파장이 일었다. 석면은 1급 발암물질로, 인체에 들어가면 폐에 흡착돼 배출되지 않는다. 이 사실이 보도되자 서울시는 급히 잠실구장의 흙을 채취해 정밀검사를 실시했다. 결과는 1주일 뒤에 나올 예정이지만 그동안 야구장에서 흙먼지를 뒤집어쓰면서 살고 있는 선수들은 기겁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27일 잠실 삼성전을 앞둔 두산 오재원은 훈련을 나서다 마운드 흙을 보며 피하는 시늉을 하더니 “우리 암 걸리는 것 아니에요?”라는 뼈 있는 농담을 던졌다. 덕아웃에 있던 김정균 운영팀장을 향해 “흙 좀 바꿔 달라”고 호소하기도.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여기저기서 마스크 요청이 줄을 이었다. 이용찬 역시 “투수는 그나마 나은데 야수들의 경우 슬라이딩하면서 흙을 뒤집어쓰는데 발암물질이라고 하니 얼마나 찝찝하겠나. 선수들을 위해 빨리 조치를 취해줬으면 좋겠다”고 씁쓸한 입맛을 다셨다.

하지만 김광수 감독대행은 “어쩌겠냐”며 덤덤하게 넘기는 모습이었다. 선수들도 막상 경기가 시작되니 석면공포는 깨끗하게 잊은 듯 열심히 그라운드를 누볐다.

잠실 | 홍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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