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인없는 편지] 항상 성실한 아버지…이만수 당신이 자랑스럽습니다

입력 2011-10-1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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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와이번스 이만수 감독대행. 스포츠동아DB


SK 이만수(53) 감독대행의 맏아들 이하종(28) 씨는 9일 준PO 2차전을 관람하기 위해 문학구장을 찾았다. 초조했던 시간들…. 마침내 이호준의 끝내기 안타가 터지자, 그는 함께 온 직장동료들을 얼싸안고 환호했다. 하종 씨는 차분하고 반듯한 말투로, 아버지의 ‘소신’과 ‘성실함’에 대해 이야기 했다.


아버지! 이렇게 편지를 띄우려니까, 아주 어릴 적 야구장에 갔던 기억이 어렴풋이 떠올라요. 아버지께서 한국프로야구 최초로 100호 홈런을 치셨던 경기요. 아마 그 때부터였던 것 같아요. ‘아버지가 이렇게 자랑스러운 분이시구나’하고 느꼈던 것이요.

누군가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 누구냐?”라고 물으면, 전 항상 “아버지”라고 답했습니다. 남들은 야구선수로서 위대한 업적만을 바라볼지 모르지만, 전 알고 있잖아요. 그 위치에 올라가기까지 얼마나 부지런히 운동을 하셨는지요. 틈만 나면 야구방망이를 잡고 계시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그래서 저 역시 자연스럽게 야구선수를 꿈 꿨나 봐요. 하지만 아버지께서는 항상 만류하셨죠. 제가 아버지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야구 시켜 달라”고 울면서 떼까지 썼는데…. 그 때 “이게 얼마나 힘든 것인 줄 아느냐?”고 말씀하신 것, 지금까지도 가슴에 새기고 있습니다.

저 역시 사회생활을 해보니 느껴요. 자기 원칙을 갖고 삶을 채운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요. 아버지 ‘팬티 퍼포먼스’ 하시기 전에 제가 했던 말 기억하세요? “창피하니까 제발 하지 마세요!”라고 말렸는데…. 그래도 결국 아버지 소신대로 그라운드에 서셨잖아요. 저는 한 없이 부끄러워만 하다가, 팬들의 박수소리를 듣고 깨달았어요. ‘역시 우리 아버지가 옳았구나.’ 그러고 보니 그 때도 KIA전이었네요.

준PO 1차전에서 패한 다음 날도, 2차전에서 승리한 다음 날도, 아버지와 저는 매일 아침처럼 차를 마셨잖아요. 언제나 그랬듯 야구 얘기는 한 마디도 안 하고, 우리 가족들 얘기가 화제였던 것 같아요. 말하지 않아도 마음은 전해지는 것이니까요. 지금까지 제게 보여주신 모습처럼, ‘아버지 스타일대로’ 부담 없이 해주세요.

SK 와이번스 이만수 감독대행의 맏아들 이하종씨. 스포츠동아DB


아 참, 시즌 끝나면 저희 회사 사회인 야구팀에 꼭 한 번 와주시기로 한 것 기억하시죠? 지금 팀원들이 엄청 기대하고 있거든요. 제가 아버지 명성에 먹칠을 하지 않기 위해 얼마나 열심히 뛴다고요! 저는 언제나 ‘아버지의 아들’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러울 것입니다.

정리|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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