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을 날리듯 호쾌한 판정. 5회초 1사 2루서 롯데 김주찬의 중전안타 때 2루주자 조성환(오른쪽 끝)이 홈까지 쇄도했지만 윤희상(가운데)에게 먼저 태그되자 문승훈 주심이 힘차게 아웃을 외치고 있다. 문학 |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주먹을 날리듯 호쾌한 판정. 5회초 1사 2루서 롯데 김주찬의 중전안타 때 2루주자 조성환(오른쪽 끝)이 홈까지 쇄도했지만 윤희상(가운데)에게 먼저 태그되자 문승훈 주심이 힘차게 아웃을 외치고 있다. 문학 |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쪽 슬라이더 노리던 SK 타자들 ‘추풍낙엽’
SK 윤희상 역투 불구 교체 타이밍 한발 늦어
침착했던 SK 타선 서두르다 수싸움서 당해


지면 끝장인 롯데가 배수진을 친 마운드 운영으로 SK 타선을 꽁꽁 묶었다. SK도 안방에서 끝내야 하는 처지라 끝까지 사력을 다했지만 침묵한 타선으로 인해 투수들의 호투가 빛이 바랬다. 이영욱(SK)이 이대호(롯데)에게 맞은 홈런은 어쩔 수 없었던 것이다.


○1차전 부진 씻은 장원준의 역투

롯데는 선발투수 부첵이 4회말 1사 후 최정을 볼넷으로 내보내자 주저 없이 1차전에 선발 등판했던 장원준으로 바꿨다. 교체 타이밍이 좀 빠르지 않았나 싶었지만 장원준이 위기를 잘 넘기고 8회말 1사 후 물러날 때까지 굳건하게 승리의 발판을 놓았다. 부첵은 시즌 후반 부상을 당한 뒤로 투구수를 늘려 오래 던지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장원준은 첫 타자 박정권을 병살타로 잡아낸 뒤 1차전 부진을 만회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장원준은 몸쪽으로 슬라이더를 잘 던지는 투수인데 SK 타자들이 이에 대비했다가 역공을 당했다. 오늘 장원준은 바깥쪽 체인지업을 눈에 띄게 구사했다. SK 타자들이 몸쪽 슬라이더에 포인트를 맞춰 잡아당기는 스윙으로 일관하다가 바깥쪽 체인지업에 당하고 말았다.


○5회초 고비 못 넘긴 윤희상

SK 선발투수 윤희상은 5이닝 1실점으로 충분히 제몫을 했다. 다만 KIA와의 준플레이오 4차전 선발 등판 때와 달리 오늘 윤희상의 주무기인 포크볼은 각이 작아지고, 떨어지는 속도도 무뎠다. 포크볼은 높은 쪽에서 빠르게 떨어져야 위력이 커지는데 오늘은 그렇지 못했다.

윤희상에게는 다행스럽게도 롯데 타자들의 스윙은 1∼3차전에서와 마찬가지로 컸다. 덕분에 5회까지 버틸 수 있었다. 아쉬웠던 대목은 5회초 실점 과정에서 SK의 마운드 운영이다. 비록 조성환이 홈에서 아웃돼 첫 실점 위기를 넘기긴 했지만 이어진 2사 2루 손아섭 타석에선 윤희상을 교체하고 원포인트릴리프를 기용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만수 감독대행도 4차전에서 끝내겠다는 의지를 밝힌 만큼 여기서 좀 더 과감하게 투수를 잘라 써서 롯데 공격의 흐름을 차단하는 편이 나았을 듯하다. 손아섭은 3차전까지는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방망이를 휘둘렀지만 오늘은 참는 모습이 역력했다. 앞선 타석에서도 윤희상의 포크볼에 휘말리지 않고 기다리는 모습을 보였다. 따라서 손아섭을 좌완 고효준으로 상대하고, 전준우 타석에서 이재영이나 엄정욱을 붙이는 식의 투수 기용을 선택해볼 만했다.


○투수는 타자를 읽어야 이길 수 있다!


1∼3차전에선 롯데 타자들이 서두르고, SK 타자들이 침착히 기다리는 형태로 공격을 진행했다. 하지만 4차전은 반대였다. 이만수 감독대행이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치라고 주문한 영향처럼 보이는데 역시 큰 경기에선 지나치게 공격적이면 곤란하다는 사실이 또 한번 입증됐다.

4차전 양쪽 투수들이 모두 잘 던졌지만 3차전까지와는 달랐던 양 팀 타자들의 공격 패턴에서 결국 희비가 갈렸다. 롯데 투수들이 이 점을 효과적으로 파고들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양상문 스포츠동아 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