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는 하나 “무조건 장타는 맞지말자”
1루 나가도 도루능력 적어 유인구 승부
“볼넷을 줘도 상관없고 단타면 고맙죠.”
플레이오프(PO)를 앞두고 SK의 최대과제는 ‘이대호를 어떻게 봉쇄하느냐’였다. 롯데타선은 1번부터 9번까지 쉴 곳이 없다는 평가를 받지만 4번타자를 막아내면 위력이 반감될 수 있다.
1∼3차전 결과만 두고 봤을 때 SK배터리의 전략은 잘 맞아떨어졌다. 이대호를 타율 0.154(13타수 2안타), 2볼넷(고의4구 1개), 3탈삼진으로 철저하게 막아냈다.
3차전에서 그를 상대했던 SK 송은범은 이대호 공략법에 대해 “‘맞아도 된다’는 생각으로 편하게 던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3회 1사 후 좌전안타를 맞았지만 “완벽한 실투성 공이었고 평소 같으면 홈런으로 연결돼야 하는데 장타가 아닌 단타로 처리돼 가슴을 쓸어내렸다”고 할 정도다.
이어 “목표는 하나였다. 주자가 없을 때 안타를 맞는 것은 괜찮지만 스코어링 포지션에서는 무조건 장타(홈런)는 맞지 말자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 뿐만 아니다. PO 돌입 전 SK 전력분석팀에서 투수조에게 내려온 지시사항이 있었다. ‘이대호에게는 볼넷을 줘도 된다’는 것이다. 투수들과 호흡을 맞추고 있는 정상호는 “1루에 내보내도 도루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큰 거 한 방을 맞을 바에는 좋은 공을 최대한 안 주고 걸러도 상관없다는 생각으로 볼배합을 했다”고 귀띔했다.
박희수 역시 “볼을 최대한 낮게 던지고 유인구성을 많이 던지라고 얘기를 들었다”고 덧붙였다. 즉, ‘안 좋은 공을 상대가 참으면 볼넷을 내줄 수는 있지만 빗맞은 행운의 안타를 제외하고는 좋은 질의 타구가 나올 수 없다. 그리고 타자가 참는다고 생각될 때 역으로 정면승부에 들어갈 수 있는, 경우의 수가 생긴다’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4차전에서는 이대호가 SK배터리를 이겼다. 이전 두 타석에서는 범타로 물러났지만 6회 바뀐 투수 이영욱의 각이 밋밋해 높게 형성된 107km짜리 바깥쪽 커브를 잡아당겨 좌중간담장을 넘겼다.
전략을 떠나 어떤 투수든 실투를 던지기 마련이고, 실투를 놓치지 않는 타자가 바로 이대호이기 때문이다.
문학｜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hong9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