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가 희망이다] 최용수 감독 “무릎 꿇고 살기보다 서서 죽겠다”

입력 2012-01-0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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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 최용수 감독은 명문 구단 지휘봉을 잡은 것에 대한 자부심과 책임감이 대단했다. 최 감독은 2012시즌에도 팬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축구를 펼치겠다고 약속했다. 스포츠동아DB

FC서울 정식 감독 첫 해
최용수 거침없이 하이킥

서른 아홉의 젊은피 감독.
부담은 없다. 설렘만 있을 뿐.
과감하게 내 색깔 보여줄 것이다.

쉽고 안정적인 수비축구 보다는
당당한 공격축구로
최용수의 기상을 펼칠 것이다.


“진정한 난 놈은 (신)태용 형이 아이고 내야.” FC서울 최용수(39) 감독이 친근한 부산 사투리로 말했다. 이렇게 말한 데는 나름 이유가 있다. 최 감독은 팀 훈련장인 구리 인근에서 밥을 먹을 때 말단 종업원에게도 깍듯하게 예의를 지킨다. 주차장을 빠져 나올 때는 승용차 창문까지 내리고 관리인에게 인사를 한다. 구단에 누가 되는 행동은 최대한 삼가려는 모습에서 FC서울 사령탑에 대한 자부심과 책임감을 엿볼 수 있다. 정식 감독으로 첫 시즌을 준비 중인 최 감독을 만났다.


- 감독 첫 해라 나름 준비할 게 많았을 것 같다.

“제 스스로 구상하고 정립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다. 감독이 된 뒤 팬들이나 관계자들의 시선 자체가 틀리지 않나. 차분하게 마음을 가다듬고 준비하고 싶었다.”


- 훈련 첫 날 선수들에게 어떤 말을 했나.

“초심이다. 나는 안 변하니 너희들도 변하지 말라고 했다. 작년 우리가 힘들 때 여러분들(선수)이 다 일조했고 하나 된 마음으로 고비를 넘겼는데 다시 한 번 해보자고 했다. 감독됐다고 어깨에 힘주거나 그럴 생각도 없고 변해도 안 된다.”


- 부담이 클 것 같다.

“부담 없다. 자신감이 있다. 과감하게 나만의 색깔을 보여줄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 끝나고 난 뒤 후회하고 싶지 않다. 내 생각대로 밀고 나가겠다. 때로는 쉽고 안정적인 길에 대한 유혹도 받지만 나 자신과 타협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젊은 나이에 이런 명문 구단의 감독을 한다는 것에 자부심을 가져야 하지 않나. 진정한 난 놈은 (신)태용(성남 감독) 형이 아니고 나다.(웃음)”


- 코치시절 전훈지에서 타 구단 직원들이 서울 선수단 밥 먹는데 벌컥 들어가자 최 감독이 펄펄 뛰는 걸 본 적이 있다. 규율이나 분위기를 중요시 여긴다는 느낌을 받았다.

“자율 속에 보이지 않는 팀 내 기강이 없으면 팀이 앞으로 나갈 수가 없다. 선수들에게 매일 당근만 줄 수 있나. 자유스럽게 생활하지만 일반인들이 보지 못하는 질서 같은 것들이 있다. 지금은 애들이 알아서 먼저 몸을 사려 내가 할 게 없다.(웃음)”


- 선배인 박태하 수석코치를 영입했다. 의외라는 반응이 많다.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직접 요청하니 구단에서도 의아해하더라. 작년 감독대행을 하면서 할 게 너무 많았다. 외부하고도 싸워야 하고 내부 단속도 해야 하고.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있지 않나. 내 말 잘 듣는 후배 코치로 데려다 놓으면 뭐하나. 좋은 선배님을 만난 건 나에게도 팀에게도 좋은 일이다. FC서울은 내 개인의 팀이 아니다. 내가 떠나더라도 우리 클럽이 발전될 수 있는 부분을 만들어놔야 한다.”


- 시즌 후 구단에서 정식 감독선임 발표를 할 때까지 어떤 생각을 했나.

“스포츠는 결과다. 겸허하게 받아들여야한다는 생각을 했다. 작년에 (감독대행으로) 후회 없는 7개월 보냈다. 아쉬움은 있지만 내가 조금만 더 내공을 쌓으면 잘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감독 발표나기까지) 2주는 나를 되돌아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 외국인 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말에 동의하나.

“동의 안 한다. 외국인 선수들도 국내 선수들의 역할이 크다는 것 잘 안다. 만일 외국인 선수들이 인터뷰 할 때 자기가 다 잘났다는 식으로 말하면 용서 안 한다.”


- 그런 적이 있나.

“데얀이 얼마나 개성이 강한 선수인가. 감독대행 초기 데얀을 따로 불렀다. 네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어떤 축구를 하고 싶은지 허심탄회하게 대화 했다. ‘네가 나보다 축구를 많이 아느냐’ ‘네가 나보다 유명 하냐’며 때론 자존심을 긁기도 했다. 언젠가부터 축구에만 집중하더라.”


- 그라운드에서 작년처럼 강렬한 퍼포먼스를 할 생각이 있나.

“성남 신태용 감독이 하면 나도 하겠다.(웃음)”


- 올해 구체적인 목표는.

“일단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따는 것이다. 플레이오프가 없어졌으니 리그 한 경기 한 경기 결승전이라는 기분으로 하겠다.”


● 최용수 감독은?


▲ 생년월일 : 1973년 9월 10일

▲ 학력 : 동래중-동래고-연세대

▲ 선수 주요경력
- 서울(94∼96, 99∼00, 06)
- 일본 제프 유나이티드(01∼03)
- 프랑스월드컵대표(98)
- 한일월드컵 대표(02)

▲ 수상경력
- K리그 신인왕(94)
- K리그 MVP(00)

▲ 지도자 주요경력
- FC서울 코치(06∼11)
- FC서울 감독대행(11)

구리|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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